[금융] 국민-주택 왜 진통겪나 1.69 vs 1.88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37분


국민―주택은행의 합병협상이 막판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서둘러 합병을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작년 12월22일에 발표된 국민―주택은행 합병양해각서(MOU)에는 합병비율과 관련, “MOU 작성 전날 시장가치로 합병비율을 산출하되 시장가치가 현저히 변했을 때는 조정한다”고 모호하게 정해져 있을 뿐이다. 존속법인 등 다른 쟁점사항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 통상 MOU에는 합병비율 존속법인 통합은행이름과 통합은행장 등 핵심 쟁점사항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게다가 1월4일 출범한 국민―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회(위원장 김병주 서강대교수)의 권한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 두 은행장이 합의해 만든 합추위 운영규정에는 “두 은행은 합추위에서 결정한 사항을 따르되, 받아들이기 힘들 때는 3일이내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만 정해놓았을 뿐 이의제기 뒤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이에따라 주택은행 김정태 행장이 합추위가 제시한 합병방안을 거부하고 국민은행 김상훈 행장과 담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빌미를 제공했다. 합추위는 3월29일 존속법인을 국민은행으로 하고 합병비율은 주택 1 대 국민 1.69의 비율로 한다는 것을 의결했다. 그러나김정태 행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더 이상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기능이 마비됐다.

두 은행의 합병이 지연되자 김병주 합병추진위원회 위원장은“국민―주택은행의 합병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양 행장은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양 행장이 계속 버틴다면 합병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는 이어 “내가 ‘시장사람’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다. 지난 3개월동안 고생해서 만든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정과정을 놓고 비판하는 것을 볼 때 심한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직접 나섰고 12일엔 금감위의 대통령 업무보고까지 예정돼 있어 그 전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결말이 날 것으로 금융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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