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융시장 대책 싸고 부처끼리 정면충돌

  • 입력 2001년 4월 6일 18시 36분


정부가 금융시장을 살리기 위해 단기(短期) 처방에 매달리면서 나라 살림살이의 큰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6일 민간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는 얼어붙은 시장을 살리기 위해 세제(稅制) 등에서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반대 입장이어서 정부 부처끼리의 견해차 때문에 정책 혼선이 우려된다.

▽주식 투자자에 ‘세금 깎아주기’ 형평 논란〓정부는 4일 주가 500선이 무너지자 자금 시장 대책으로 주식 투자자에게 세금을 깎아 주는 감세(減稅) 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3년이상 주식을 갖고 있어야 배당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던 것을 1년 이상 보유로 기간을 단축시켰다. 또 연기금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해 준다는 방침도 나왔다. 재경부는 임시국회에서 관계 법률을 바꾼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위험 고수익’ 투자 상품인 주식에 대해 감세하려는 것은 근본적인 시장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는 최근 기획예산처가 밝힌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과도 정면으로 부닥친다. 예산처는 각 부처가 조세를 감면하거나 재정 지출을 늘리도록 할 경우 반드시 기존 세출 사업을 줄이거나 새 수입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대체(代替) 수입원을 찾아내지 못하면 아예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pay―as―go)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돼 행정 부처의 ‘퍼주기식’ 예산 낭비를 줄이는데 활용되고 있다.

▽예산처,‘연기금은 손대지 마’〓주가가 폭락할 때면 정부가 단골 메뉴로 써먹는 연기금에 대해서도 예산처는 내부 단속 장치를 걸어 놨다. 금융정책협의회는 올해중 4대 연기금 등의 주식 신규 투자 규모를 6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당장 이달중 연기금 전용펀드에 8000억원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약속은 지켜질지 의문이다. 기획예산처가 연기금이 증시 부양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기금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하고 자체 투자심사위원회를 두도록 했기 때문이다. 재경부가 연기금을 함부로 주가를 떠받치는데 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내부장치를 확보한 것.

전윤철(田允喆)기획예산처장관은 담당 국장을 불러 “다른 부처에서 연기금에 함부로 손대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할 것”을 엄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연기금은 내년도에 2조∼3조원의 흑자를 내야하며 자산운용 지침에 따라 의사 결정 권한과 책임 절차 등을 따로 명시해야 한다.

▼재경부-금감위와 기획예산처의 재정 및 금융정책 비교▼

구 분재경부―금감위기획예산처
세제혜택
‘당근’ 정책
―1년 이상 장기 주식보유자 배당소득 비과세
―연기금 주식양도 차익에 대한 법인세 면제
―주식투자 제약하는 관계 법률 개정
―각 부처의 재정지출 확대 및 조세감면 정책 원천적 금지
―기존 세출사업을 줄이거나 새로운 수입원을 마련하지 않는 한 법률 개정안 제출 못함
연기금 주식투자 동원―올해 중 4대 연기금 등의 신규 주식투자 6조원 이상 유도
―4대 연기금과 기타 연기금도 ‘인베스트먼트 풀’을 활용, 3조원 주식투자
―연기금 위한 투자신탁 간접상품 개발 및 참여 유도
―내년도 기금수지, 올해보다 10% 이상 개선 목표 설정
―기금별 자산운용 지침 마련 및 연간 목표 설정
―기금별 투자심사위원회를 도입해 자산운용 전문성과 책임성 강조
―전윤철장관, 연기금 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엄중 지시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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