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재일사학자 강재언씨 내한강연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56분


재일 한국인 사학자 강재언씨(姜在彦·75·일본 하나조노(花園)대 객원교수)가 27일 내한했다. 그는 28일 서울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세계화와 인권’ 토론회에 참석, 기조강연을 했다. 이 행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주최로 한국 화교(華僑)의 영주권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일본에서 최근 우익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다른 세력도 공존하면서 서로 갈등관계에 있습니다. 우익만이 지배적인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해 그는 일본 내에도 다양한 세력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아사히신문사나 NHK는 재일 한국인이나 재일 중국인들을 채용해 공식적으로 한국 이름이나 중국 이름을 갖고 기사를 쓰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이것은 우익의 부상과는 또다른 일본내 흐름이지요.”

그가 오히려 우려하는 것은 한국 화교의 법적 지위 문제. 이것이 재일 한인 지위 문제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에 따르면 재일 한국인들이 차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일본인들은 한국 화교의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한국 화교 문제는 이제 국제화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의 최근 저서 ‘조선 유교 2000년’(아사히신문사 발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조선 사회에 유학이 자리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유학이론을 발전시킨 사림파가 아니라 유학을 정치 경제에 적용했던 훈구파”라는 새로운 주장을 펴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또 “현실성 없던 북벌론이 조선의 사상을 경직화시킨 주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책은 올해 말 한길사에서 번역 출간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