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아시아 경제, 내년에 '2차 외환위기' 겪을 수 있다…모건스탠리

  • 입력 2001년 3월 28일 12시 19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내년이후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1997년말 외환위기와는 비교하기도 힘든 경제위기가 발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26일자 '무방비 상태의 아시아국가(An Unprepared Asian)'이란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이 1997년의 외환위기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아시아국가들은 애써 경제위기를 부인하면서 별다른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가 제시하는 논거는 크게 3가지.

먼저 1997년 외환위기때와 달리 현재 미국경제가 경기침체(recession)라는 점을 꼽는다.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이 예상하는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은 0.7%.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미국경제는 4.4%대였다. 당시 미국경제의 호황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단기간에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때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더 이상 미국경제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당시보다 세계경제의 통합화가 진척된 것도 아시아 국가들에겐 부담스럽다.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는 곧바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져온다.

'미국경제가 기침하면 한국경제가 앓아 눕는' 현상이 훨씬 심화됐다는 얘기다.

특히 당시보다 반도체 PC부품 등 IT의 대미의존도가 한층 강화됐다.

미국의 IT산업은 과잉투자 후유증으로 적어도 올해말까지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아시아 신흥국가의 대미수출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일본경제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또다른 부담이다. 외환위기당시보다 일본경제는 심각한 내수부진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각국의 통화가치 하락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전세계 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침체에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강세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아시아각국의 통화약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게 그의 입장이다. 특히 경기침체로 축소되는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평가절하는 계속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수입물가상승과 수출마진 감소로 아시아 각국은 모두 패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스티븐 로치는 이같은 분석을 통해 내년부터 아시아 각국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들 국가들이 '미국경제가 하반기 급반등한다'라는 낙관론에 근거해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어 '경제위기'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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