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엔低 파고 걱정된다

입력 2001-03-20 18:53수정 2009-09-2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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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美日)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일본의 제로 금리와 엔저(低)를 용인하기로 함에 따라 당분간 엔화가치의 급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두 번째 규모의 일본 경제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면 미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수출을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일본의 정책을 지지해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 미일간의 조치로 엔―달러 환율은 머지않아 달러당 130엔을 넘어서 140엔대도 넘보리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나온다. 주요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러워진 것이 사실이다. 최근 엔―달러 환율에 대한 원―달러 환율의 동조 현상이 심해졌다가 이 달 들어서는 동조화의 정도가 줄어들고 있어 환율전망마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일본과의 수출 경합 요인을 제외한다면 원화가치의 하락은 수출과 성장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려되는 것은 물가다.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1.7%의 물가인상 요인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올해 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억제목표선인 3%를 넘어 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 물가까지 올라 가계가 더 어려워질까 걱정이다.

물가 압력이 높아졌지만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올 하반기에 몰려 있는 공공요금의 인상을 내년 이후로 미루는 것이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 유가가 오르면 유류에 부과되는 탄력세율을 조정해서라도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수출은 환율보다도 미국과 일본의 경기에 더 민감하다. 21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와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 등이 두 나라의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 나라의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엄청난 고통을 치를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번 엔저 상황을 수출경쟁력 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는 이러한 해외변수에 대한 정책 선택의 폭이 좁다. 그렇더라도 대한해협과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파도의 충격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구조조정과 부실기업 정리의 고삐를 더 당겨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엔저가 지속될 경우에 대비한 중장기적 경제운용 방안도 빈틈없이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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