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특감]'밑빠진 독' 구멍 찾아야

  • 입력 2001년 3월 12일 18시 34분


《12일부터 시작한 감사원의 공적자금 특감(特監)은 공적자금을 정부가 제대로 썼는지를 점검하는 환란 이후 최대의 정책 감사다. 고도의 정책적인 판단행위를 감사 도마에 올렸다는 점과 정치인들의 당리당략 때문에 국정감사를 하고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의혹들을 해부한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환란 이후 망가진 금융시스템을 살려내기 위해 무려 127조원이나 되는 국민세금을 쏟아부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 등 정부부처와 이를 받아 쓴 은행 종금 증권 투신 보험 금고 신협 등 98개 기관이 감사대상이다.》

▽98개 기관대상 최대 ‘정책 특감’〓재경부 금감위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한국은행 등 정책기관들은 감사원 감사에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하지만 정책판단에 대해 칼자루를 휘두르는 분위기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한빛은행과 제일은행을 비롯해 부실 종금사 한국투신 대한투신 등의 임직원들은 받은 돈을 적절하게 사용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다만 이미 구조조정을 당해 통폐합됐거나 문을 닫은 257개 금융회사는 감사를 하려야 할 수도 없다. 재경부 금감위 등 공적자금 조성과 집행의 최고사령탑에서는 ‘정책적인 판단을 법률 잣대로 판정하려는 것은 무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밝혀야 할 숙제들〓감사원은 이번 감사사항으로 △공적자금을 조성한 규모는 맞는지, 제대로 집행했는지 △관리감독은 적절했는지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이 부실을 숨기지 않았는지 등을 주로 살펴볼 계획이다. 특히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회사에 대해 이미 ‘비공식채널’을 동원해 광범위하게 뒷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3일 추가로 조성된 40조원의 공적자금이 과연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또 1차 공적자금 집행과정에서 원칙과 기준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공적자금을 받고서도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세금을 낭비한 사례도 원인을 파헤쳐야 한다.

공적자금을 준 금융기관을 사후에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국민혈세로 ‘퇴직금 잔치’를 벌이는 등 금융기관 임직원과 기업주들의 모럴해저드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추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공적자금이 중간에 새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어 감사원이 진위여부를 가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조성론 벌써 ‘들먹’〓재경부 관계자는 “공적자금 정책은 ‘지뢰밭 게임’과 같다”고 말했다. 모든 부실을 한꺼번에 털고 나갈지, 아니면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지뢰가 터지면서 부실을 메워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판단을 요구한다는 것.

박승(朴昇)공적자금관리위원장의 추가조성 필요성 발언과 함께 재경부내에서도 돈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얘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2차 공적자금 조성 때 진념(陳稔)장관이 “더 이상 추가로 달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비해 지금은 “공적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이라는 입장으로 바뀐 셈. 공적자금의 조성, 집행, 사후관리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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