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포커스] 국내증시를 짓누를 미국경제지표

  • 입력 2001년 2월 28일 07시 55분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쁘다는 경제지표들이 속속 발표됐다.

전일 발표된 '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996년 6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109.6)를 훨씬 밑도는 106.8를 나타냈다.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15.7이었다.

향후 미국경기 회복을 낙관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재에 대한 주문도 감소추세를 보였다.

1월달 내구재 주문량이 6%하락하면서 1년 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가의 예상보다 2배이상 하락했다. 또한 1월 신규주택판매률도 10.9%하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미국경제가 기대와 달리 조기회복이 어렵다는 지표가 잇달아 발표되자 나스닥시장이 급락했다. 100.74포인트(-4.36%)가 하락한 2207.76을 기록했다. 26개월만의 최저치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도 하락했다.

나스닥지수의 급락에는 골드만삭스증권과 메릴린치증권 등이 기술주들의 투자등급을 잇달아 하향조정한 것도 일조했다. 또한 조기금리 인하를 바라는 시장참가자들의 기대와 달리 로저 퍼거슨 FRB 부의장이 "조기 금리인하가 불필요하다"고 발언한 것도 하락을 부추켰다.

이처럼 미국경제의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신호들은 국내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미국 IT산업의 침체는 IT업종의 비중이 35%나 되는 국내수출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부진은 하반기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것은 하반기 미국경제의 'V'자형 회복을 전제로 한계기업을 연명시켜주고 있는 정부정책이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회복지연으로 한계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실자산을 정리한 국내금융기관이 재차 부실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 산업은행과 각종 신용보증기관을 통해 이미 한계기업에 상당한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정부도 더 이상 지원여력이 없다. 결국 하반기 한계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진다. 현대증권과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 등이 최악으로 가정한 시나리오다.

전일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고 볼 수 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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