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킬리만자로의 눈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20분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36년에 쓴 ‘킬리만자로의 눈’은 돈과 여자 때문에 파멸해 가는 한 예술가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죽음을 눈앞에 둔 해리라는 작가 지망생은 킬리만자로의 눈 덮인 정상을 바라보며 비로소 작가의 세계로 눈을 떠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250㎞ 떨어진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가면 헤밍웨이가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필하며 머물렀던 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킬리만자로의 눈 덮인 정상에는 메마르고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가 있다. 그 표범이 그 정상에서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킬리만자로의 눈’ 서두에 나오는 이 글을 두고 혹자는 킬리만자로의 정상은 예술가의 이상향이며 표범은 그 이상향을 좇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예술가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인기가수 조용필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히트곡을 불러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기도 했다.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킬리만자로는 해발 5895m로 탄자니아와 케냐의 국경에 있는 아프리카 최고봉이다. 적도 부근에 위치하면서도 산봉우리는 만년설에 덮여 있다. 암보셀리에서 바라보는 킬리만자로 정상은 대부분 구름에 덮여 있어 하루 두 번 정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원어로 ‘하얀 산’ ‘빛나는 산’이라는 뜻의 킬리만자로 산자락은 야생동물들의 낙원이다. 수십마리의 코끼리떼가 아침에 킬리만자로 기슭에서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내려왔다가 해질 무렵 다시 잠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다.

▷그 신비의 산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앞으로 15년 후가 되면 다 녹아 없어질 것이라는 외신 보도다. 최근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1912년 처음 조사했을 때보다 이미 82%가 녹아내렸다. 암보셀리 국립공원 야생동물의 식수원은 사실 그 만년설이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보존되지 않으면 암보셀리 국립공원도 폐허가 될지 모른다. 지구 온난화는 신비의 산 킬리만자로마저 병들게 하고 있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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