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인터뷰]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선댄스 정신 죽지 않았다"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51분


미국 선댄스 영화제는 전통적인 방식과 전혀 다른 새로운 영화적 감성을 보여주는 젊은 감독들, 속칭 ‘선댄스 키드’를 발굴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쿠엔틴 타란티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등이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미국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40)도 그런 선댄스 키드 중의 한 사람. 95년 ‘비포어 선라이즈(Before Sunrise)’가 이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뒤 명성을 얻은 그는 올해 ‘웨이킹 라이프’와 ‘테이프’ 두 편을 들고 다시 선댄스를 찾았다.

그의 새영화 ‘웨이킹 라이프’는 디지털 카메라로 50여명을 촬영한 뒤 31명의 애니메이션 아티스트들이 그 위에 그림을 덧입힌 독특한 방식의 애니메이션. 이전에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스타일로 올해 선댄스 영화제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25일 선댄스 영화제가 열리는 미국 파크시티 프로스펙트 스퀘어에서 만난 링클레이터 감독은 “10여년전부터 이런 방식을 생각해왔다. 애니메이션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 사람의 움직임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해볼까 하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웨이킹 라이프’는 한 소년이 꿈 속에서 계속 사람들을 만나며 자연과 인간의 본성, 진화와 소외, 자유, 꿈 등에 대한 잠언들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직접 각본을 쓴 이 영화속의 수많은 잠언들 중 “긍정적으로 살아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 영화에는 95년 국내에 상영돼 서울에서만 20여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던 ‘비포어 선라이즈’의 두 주연배우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도 출연한다.

‘비포어 선라이즈’에서 두 사람이 6개월 뒤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며 헤어지는 마지막 장면에 수많은 관객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웨이킹 라이프’에서 두 사람이 한 침대에 누워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 대해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거냐”고 묻자 그는 유쾌하게 웃으며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고 응답했다.

“나는 ‘비포어 선라이즈’의 두 사람이 5년 뒤, 10년 뒤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해보는 속편을 만들고 싶다. 그러면 제목이 ‘비포어 선라이즈’가 아니라 ‘애프터 선라이즈(After Sunrise)’가 되나?”

그의 선댄스 방문은 이번이 4번째. 선댄스가 너무 상업화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산업이 움직일 뿐 선댄스의 정신은 계속 살아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1991년 ‘슬랙커즈’로 데뷔했으며 그가 만든 8편의 영화 중 국내에는 ‘비포어 선라이즈’와 ‘뉴튼 보이즈’(1998년) 두 편이 소개됐다.

<파크시티(미국)〓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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