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농산물시장 개방 다가온다

  • 입력 2001년 1월 25일 18시 27분


세계무역기구(WTO) 농산물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농산물 협상에 대한 각국의 방침을 담은 제안서가 최근 WTO에 접수 마감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WTO는 3월 말까지 구체적인 향후 협상 일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한동안 물밑에 가라앉았던 농산물 협상 문제가 앞으로 세계무역의 새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WTO가 다룰 ‘뉴라운드’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은 서비스 교역확대와 함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한갑수(韓甲洙) 농림부장관을 21∼26일 WTO 사무국이 있는 스위스 제네바로 보내 현지 동향을 파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장관은 유럽 현지에서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유럽연합(EU)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관계국들과 협조를 다지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네바 외교가에서는 미국에 부시 정권이 출범함에 따라 올해 말로 예정된 WTO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를 출범시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의 개방 압력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WTO 농산물 협상에서의 주요 쟁점은 시장개방, 국내보조, 수출보조 등으로 요약된다.

▽시장개방〓시장개방에서 핵심사안은 관세인하 문제. UR협상 결과 관세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미국 캐나다 등 수출국들은 관세를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시장접근 물량을 늘리는 안건도 UR 때와 마찬가지로 핵심 쟁점 사항이다. 미국은 이 물량을 더 늘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농정 관계자들은 WTO 농산물 협상이 한국 농업의 사활이 걸린 중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평균 68.5%인 농산물 관세가 인하될 경우 고추 마늘 양파 과일 등 대부분의 농산물이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는 것.

▽국내보조〓허용보조 기준의 재검토, 감축대상 보조의 감축폭 등이 쟁점이다. 허용보조는 무역왜곡 효과가 미미하므로 정부가 자유롭게 지급할 수 있는 보조금이다. 한국의 경우 시설자금, 친환경 농업 직접 지불제 등이 해당한다. 수출국들은 허용보조 기준을 더욱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출보조〓수출보조는 시장왜곡 효과가 가장 크고 직접적인 보조금이다. 대량 수출국들의 모임인 케언스그룹은 수출보조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수출보조의 90% 가량을 지급하는 EU는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국의 쌀 시장 개방문제〓2005년 이후에도 쌀 수입 제한을 유지할지는 2004년에 있을 협상에서 결정토록 돼 있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이 쌀시장 추가 개방 문제를 그 전에 거론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쌀 시장 개방 압력이 거세지면 전체 농가의 77%를 차지하는 벼농사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네바·파리〓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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