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차관보로 재직하는 동안 가장 도전의식을 가졌던 현안들은 무엇인가.
“민주주의 인권 노동에 관한 가치를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의 리더십 아래 외교정책에 반영하는 일이었다. 내 부친(고광림 전 주미공사)과 올브라이트 장관의 부친은 공직자로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사랑했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미국에 온 것이 미국이 강대국이라서가 아니라 힘을 올바르게 쓰는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자식들에게 가르쳤다. 민주주의 인권 노동 문제는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가치이다.”
―재미교포 가운데 미국 고위 공직자가 적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부분의 재미교포들은 한국전쟁 이후에 온 사람들로 이들의 2세는 60년대 이후 출생해 40세가 안된 사람이 많다. (웃으며)앞으론 한국계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 20년 안에 한국계 고위공직자가 많이 나올 것이다.”
―지난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인권문제를 제기했는가. 제기했다면 북한측 반응은 어땠는가.
“올브라이트 장관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다른 북한 관리들에게 직접 그 문제를 제기했고 나도 제기했다. 그들의 반응은 다른 국가들보다는 적대적이지 않았다. 그런 문제가 북한측에 매우 생경한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은 항의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50개국 이상을 방문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에서 있었던 일은 희망적이다. 그들과 머지않아 단계적으로 인권 문제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권분야에서 드물게 많은 진전을 이뤘다. 반체제 인사로 불리던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물이 된 것은 그런 예다. 한국이 아시아 금융위기 때 다른 국가들보다 이를 빨리 극복한 것도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를 갖고 있다.”
―인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부친은 평생을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싸운 분이다. 89년 부친이 작고한 뒤 나는 내가 부친이 못 누렸던 온갖 특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 후 아이티 난민들이 미국에 왔을 때 나는 변호사로서 이들을 도왔다. 내가 그들을 돕지 않는다면 누가 도울 것인지를 생각했고 점차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공화당은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권을 덜 강조하는 데 차기 행정부의 인권정책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변화가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젠 많은 공화당 의원들도 인권을 중시하고 있어 인권은 더 이상 민주당만의 의제가 아니라 양당 모두의 관심사다. 미국 외교정책의 총수를 맡을 콜린 파월 국무장관 내정자도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고차관보는 최근 사석에서 그동안 새벽 4시반에 일어나 5시면 국무부에 출근해 근무를 해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버드대 법학박사이기도 하지만 역시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에 그만큼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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