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퇴임하는 美국무부 인권노동차관보 고흥주씨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28분


미국 국무부의 해럴드 고(한국명 고흥주·高興柱·46) 민주주의 인권 노동 담당 차관보는 한국인으로선 미 연방정부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정권교체에 따라 2년2개월 간의 차관보 생활을 마치고 22일 예일대 법대 교수로 복직한다. 그는 18일 워싱턴의 레이건빌딩에서 16명의 다른 한국계 공직자들과 함께 송별회를 가졌다. 이날 오후 국무부 7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국무부 차관보로 재직하는 동안 가장 도전의식을 가졌던 현안들은 무엇인가.

“민주주의 인권 노동에 관한 가치를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의 리더십 아래 외교정책에 반영하는 일이었다. 내 부친(고광림 전 주미공사)과 올브라이트 장관의 부친은 공직자로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사랑했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미국에 온 것이 미국이 강대국이라서가 아니라 힘을 올바르게 쓰는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자식들에게 가르쳤다. 민주주의 인권 노동 문제는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가치이다.”

―재미교포 가운데 미국 고위 공직자가 적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부분의 재미교포들은 한국전쟁 이후에 온 사람들로 이들의 2세는 60년대 이후 출생해 40세가 안된 사람이 많다. (웃으며)앞으론 한국계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 20년 안에 한국계 고위공직자가 많이 나올 것이다.”

―지난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인권문제를 제기했는가. 제기했다면 북한측 반응은 어땠는가.

“올브라이트 장관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다른 북한 관리들에게 직접 그 문제를 제기했고 나도 제기했다. 그들의 반응은 다른 국가들보다는 적대적이지 않았다. 그런 문제가 북한측에 매우 생경한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은 항의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50개국 이상을 방문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에서 있었던 일은 희망적이다. 그들과 머지않아 단계적으로 인권 문제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권분야에서 드물게 많은 진전을 이뤘다. 반체제 인사로 불리던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물이 된 것은 그런 예다. 한국이 아시아 금융위기 때 다른 국가들보다 이를 빨리 극복한 것도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를 갖고 있다.”

―인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부친은 평생을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싸운 분이다. 89년 부친이 작고한 뒤 나는 내가 부친이 못 누렸던 온갖 특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 후 아이티 난민들이 미국에 왔을 때 나는 변호사로서 이들을 도왔다. 내가 그들을 돕지 않는다면 누가 도울 것인지를 생각했고 점차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공화당은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권을 덜 강조하는 데 차기 행정부의 인권정책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변화가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젠 많은 공화당 의원들도 인권을 중시하고 있어 인권은 더 이상 민주당만의 의제가 아니라 양당 모두의 관심사다. 미국 외교정책의 총수를 맡을 콜린 파월 국무장관 내정자도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고차관보는 최근 사석에서 그동안 새벽 4시반에 일어나 5시면 국무부에 출근해 근무를 해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버드대 법학박사이기도 하지만 역시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에 그만큼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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