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네덜란드의 경쟁력

  • 입력 2001년 1월 15일 18시 27분


나라의 잠재 경쟁력으로는 미국 싱가포르 네덜란드 핀란드 홍콩 순이라고 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과 아시아 주요국을 살펴본 결과인데 일본은 16위로 밀렸다. 국제무역과 금융, 기업, 교육, 국내금융, 정부, 과학기술, 인프라, 정보기술 등 8개 분야의 점수를 매겨 견준 것이다. 미국이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 홍콩의 국제 경쟁력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네덜란드의 저력이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하면 ‘더치 트리트(각자 부담)’라는 말 때문에 ‘좀스러운’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자원이 모자라는 소국이기에 얄팍하다 싶을 정도로 실리를 밝히는 국민이 대외 지향형의 나라를 꾸려왔다. 17세기 초부터 태국 일본에까지 무역선을 보냈다. 일본으로 가다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한 하멜도 선원이었다. 수도 암스테르담은 17세기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항으로 빛났다. 제 덩치보다 넓은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거느렸다.

▷‘세계는 신이 만들고 네덜란드는 우리가 만들었다.’ 그들은 스스로의 근면과 개척정신을 자부한다. 개방적 성격 또한 유별나다. 이를테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창문의 커튼을 가리개가 아니라 거꾸로 행인의 ‘눈요깃거리’로 쓴다. 그들은 실내를 멋진 그림과 가구 꽃병등으로 치장하고는 예쁜 커튼을 살짝 제쳐 보여 눈길을 모은다. 밤이 되어 불을 켜도 결코 커튼을 드리우지 않는다. 사생활 가리개가 아니라 집주인의 인테리어 솜씨와 고급스러운 취향을 자랑하는 장식품인 것이다.

▷이런 투명성 개방성이 ‘국경 없는 시대’의 장점인 것일까. 거기에 고정관념과 인습의 옷도 과감하게 벗어버린다. 세계 최초로 안락사법도 만들었다. 동성간의 연애만이 아니라 결혼도 오케이다. 갓난아이는 아버지 성이 아니라 어머니 성을 따르게 해나간다. 이혼이 늘어가는 세상에 아이의 성이 자주 바뀌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마약 판매도 허용해 마약중독자들의 범법을 막는 게 낫다고 믿는다. 이런 ‘경박스러운’ 진취성 유연성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니 부럽고 또 두렵다.

<김충식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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