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보도 자료나 기자 회견 등 입수하기 쉬운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언론의 보도 관행을 꼬집는 우화다.
언론의 역할은 '세상 일' 이라는 큰 '퍼즐' 의 조각 조각을 조명하기보다는 독자들이 '큰 그림' 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탐사 보도, 기획기사나 특집, 연재기사 등은 일회성 조각 기사를 통해서는 볼 수 없던 사회적인 이슈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함으로써 '큰 그림' 을 보여주는 데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동아일보는 각 면에서 기획, 특집, 연재기사를 많이 마련함으로써 심층보도에 많은 비중을 두어왔다. 새 해를 맞아 시작한 종합면의 '2001 변해야 한다' 와 같은 시리즈는 시의적절하면서 꼭 필요한 기획이다. 정치면의 '정치 그게 이렇군요' 나 사회면의 '집중추적 오늘의 이슈' 같은 연재도 심도 있는 분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비슷한 성격의 기사를 묶어서 연재한다는 것만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싶은 시리즈도 있다. 정치면의 'Smile & Politics(S&P)'라는 연재물은 6개월 동안 89회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목표를 표방하고 있다." ‘정치’라는 말만 들어도 사람들은 짜증을 낸다. 불신이 그만큼 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에도 ‘인간’은 있다. 때론 웃음 짓게 하고, 때론 눈물 적시게 할 정치의 ‘작은 휴머니즘’들을‘S&P’라는 제목의 부정기 시리즈로 소개한다." (연재 첫 날 소개)
' 뉴스' 는 두 가지 축을 바탕으로 분류할 수가 있다. 뉴스의 내용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긴밀한 관련도를 지니는가에 대한 '적합성' 이 한 축이고, 언론인들이 정보원에게서 얼마나 쉽게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입수 가능성' 이 다른 한 축이다. 많은 정치 기사의 경우, 정보의 입수 가능성 이 독자들에 대한 '적합성' 보다 우위에 있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낳아 왔다. 최근의 '정치인의 세뱃돈' (1월 8일자), '이사' (1월 7일자)에서부터 '정치 2인자는 골프도 세컨드샷 맨' (연재 첫 날 기사)이라는 초기 보도에 이르기까지' S&P'의 기사들도 독자들에 대한 '적합성' 보다는 기자들 입장에서 '입수 가능성' 이 더 높은 내용은 아닐까?
정치 관련 보도가 지나치게 인물 중심이라는 기존의 비판을 염두에 둔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을 '휴머니즘' 으로 풀어보겠다는 원래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이 연재물이 인물 중심의 가십성 정치 보도 관행을 정착시키는 부작용을 낳지나 않을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미은 (숙명여대 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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