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인권 '최악 중의 최악'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54분


세계 각국의 민주화와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권위 있는 민간단체인 미국의 프리덤하우스가 20일 발표한 연례 인권조사보고서를 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다. 세계 192개 국가 중 북한이 정치적 자유와 시민권 측면에서 ‘최악 중의 최악’이라는 11개국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쿠바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같은 나라와 함께 최악의 인권탄압국 명단에 올라있으니 동족으로서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화해와 교류협력 정책을 펴 왔으며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을 구휼하기 위해 식량과 비료 등을 지원하면서도 그곳의 인권문제에는 함구했다. 북한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생존권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대북경협이라고 볼 수 있다. 굶어죽지 않을 권리야말로 정치적 인권과 다른 차원의 기본권이다. 유엔의 인권A규약으로 규정돼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이와 함께 인간이면 누구나 향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바로 시민적 정치적 자유이다. ‘신체 사상 양심 표현 종교 직업선택 여행의 자유’가 그것이다.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임을 내세워 이런 시민권에 대해 서구사회에서나 거론되는 허구라고 외면한다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엔이 이것을 인권B규약으로 규정했으며 북한은 여기에 가입한 바 있으나 오랫동안 B규약 인권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북한은 올해 7월에야 십수년 만에 처음으로 이 인권보고서를 유엔에 보냈으나 그것이 얼마나 사실에 바탕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올해 초에도 프랑스 지식인들이 인권탄압을 일삼는 북한에 국제사회가 경제적 지원을 해서는 안된다는 성명서를 낸 것도 한국의 대북경협 정책에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북한당국은 알아야 한다.

우리사회 일각에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북한을 헐뜯는 냉전적 사고방식이라고 비난하는 소리가 있지만 같은 동포라면 북녘의 인간적 권리가 황폐화한 데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남과 북이 진정으로 평화공존 공영을 하려면 북한의 인권상황도 개선되어야 한다.

인권문제는 비단 북한뿐만이 아니라 남한에서도 개선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가 공약한 인권관련법의 제정 및 정비가 되지 않고 있다. 근로현장이나 일선 수사기관에서는 아직도 인권침해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이 사회의 학대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의 나라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