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퇴출기업발표, 시장신뢰얻기에 부족"증시전문가 반응

  • 입력 2000년 11월 3일 16시 31분


증시전문가들은 채권단의 퇴출기업 발표가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실물경제에 대한 부담감을 내세운 논리에 정부와 채권단이 굴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대건설에 대한 '조건부 회생'은 '불확실성 제거'라는 시장의 요구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결과적으로 '돈먹는 하마'들을 이번 기회에 과감히 청산하지 못해 앞으로 또다시 한계기업 발표를 하는 악순환에 들어갔다고 우려한다. 국내증시도 구조조정에 실망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도 채권단의 기업명단 발표와 함께 호재로서 역할을 사실상 마무리 했다고 평가한다.

△이병익(미래에셋 자산운용 2본부장)

은행권이 최초 제출했던 기업보다 많은 기업들이 발표된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10여개 회사를 제외하고는 이미 화의나 워크아웃 등을 진행중인 기업이라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대건설을 조건을 붙여 회생시킨 것은 시장논리에 따른 처리를 기대하고 있던 대다수 시장 참여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향후 금융 시스템의 안정은 퇴출기업 명단발표라는 선언적인 형식보다는 연말까지 정부가 약속한 구조조정의 철저한 이행에 달려있다.

금융시스템의 조기 안정여부에 따라 시장의 반등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김석규 (리젠트 자산운용 상무이사)

이번 퇴출기업 발표는 일단 실망스럽다. 애초에 기대수준도 높지 않았지만 규모나 내용면에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라고 볼 수 없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구조조정은 크게 2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먼저 투자의 불확실성 감소다. 시중에 천문학적 자금이 있지만 자금시장의 경색이 완화되지 못하는 것은 불확실성에 따른 할인율이 크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과감한 구조조정만이 이같은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금융시장을 조기에 정상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로 이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둘째 가동 유동성의 문제다. 향후 경기둔화, 무역수지 흑자폭 감소, 정부채권 확대에 따른 구축효과 등을 감안할 때 시중의 가동 유동성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계기업의 적극적인 퇴출은 무의미한 유동성 흡수의 블랙홀을 제거함으로써 자금의 실질적인 확대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이번 조치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발표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또다시 연기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적어도 외국인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시각은 당분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시장전체도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상돈 (한가람투자자문 상무)

주가를 연 나흘째 끌어올린 한계기업 퇴출이란 호재는 사실상 오늘로써 종료됐다.

더 이상 호재로 작용하기 힘들다. 앞으로는 구조조정에 수반되는 고통이 이어질 것이다.

시장참가자들도 이점을 충분히 명심해야 한다. 한계기업을 퇴출만 시킨다고 주가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은행권의 충격을 적절히 흡수하고 실업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국내증시는 반등할 것이다.

이번 한계기업 특히 현대건설의 처리과정에서 구조조정의 본질적인 측면이 다소 간과되는 모습을 보였다. 단지 현대건설만 처리하면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것처럼 비춰지는 모습은 한계기업 퇴출이후 가져올 파장을 수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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