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월드]코소보 독립추진 발칸갈등 재연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50분


《지난해 6월 국제군이 진주한 유고연방내 코소보자치주에서 28일 처음으로 선거가 치러졌다.

코소보 내 30개 지방정부를 구성할 위원 920명을 뽑는 지방선거지만 등록 유권자 90만명 가운데 근 90%가 투표에 참여, 높은 열기를 보여줬다. 서방은 성공적인 선거라고 평가했다. 비공식 집계결과 중도파 지도자 이브라힘 루고바(56)가 이끄는 코소보민주동맹(LDK)이 코소보해방군(KLA)의 강경파 지도자 하심 타치(32)가 이끄는 코소보민주당(PDK)을 누르고 압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코소보는 유고의 땅’이라고 밝혀온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신임 유고대통령은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가 불참한 이번 선거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이 건재할 때는 3여년 내에 나라를 세워줄 것 같았던 국제사회도 코슈투니차가 유고를 이끌게 되자 코소보의 장래 문제를 거의 거론하지 않고 있다. 요즘 알바니아계는 독립의 꿈이 무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

▼루고바 "독립 공식화하겠다"▼

▽선거의 의미〓코소보 내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이번 선거를 단순한 지방선거로 보지 않고 독립을 향한 첫걸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89년 밀로셰비치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사실상 처음인 이번 선거기간에 후보들은 모두 “독립”을 외치고 주민들도 독립을 이루자는 열기가 가득했다.

10여년간 코소보를 이끌어왔던 온건파 지도자 루고바도 유세장을 누비며 “사실상 우리는 독립했다. 그러나 코소보의 독립이 공식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소보 지도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이어 내년 6월 이전에 총선을 실시하고 정부도 구성할 계획이다. 유엔 등은 총선 뒤 독립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코슈투니차, 분리운동에 경고▼

▽코슈투니차의 ‘코소보 분리불가’〓코슈투니차 대통령은 당선 뒤 프랑스를 방문해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EU편입 문제를 논의하고 유엔 재가입을 신청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유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보스니아와 마케도니아를 방문해 옛날의 적들과 화해를 시도하는 등 국제사회로부터 갈채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코슈투니차 대통령은 당선 뒤 유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유고군과 경찰이 지난해 잔혹행위를 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코소보는 유고연방의 땅’이라고 못박았다. 더구나 언젠가는 세르비아 군대가 주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러시아를 방문해 이에 대한 지지를 받았다.

▼유엔선 자치정착 바라▼

▽국제사회 분위기〓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코슈투니차 대통령이 들어서자 서방은 발칸반도에서 더 이상의 말썽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서방은 최근 코소보 알바니아계에 대해 우회적으로 유엔결의안 테두리 내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코소보에 실질적인 자치를 보장하되 ‘연방내 자치’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제정치 싱크탱크인 ‘인터내셔널 크라이시스’는 미국과 프랑스 등이 이미 코소보에 대한 지원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 유고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다.

인근 마케도니아는 코소보와 같은 민족의 발칸소국 알바니아가 합쳐지는 ‘대(大) 알바니아’를 우려해 코소보의 독립에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코소보 독립을 꺼리는 분위기지만 알바니아와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는 독립을 강행할 태세다. 이번 선거에서 벌써 독립하기 위해서라면 강경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와 코소보 독립문제는 발칸반도의 가장 큰 갈등요인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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