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로 가는길 1] 실리콘밸리의 생태계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8시 51분


한국의 서울벤처밸리는 미국 실리콘밸리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

왜 실리콘밸리 생태계는 '인터넷 기업위기론'에도 흔들리지 않고 진화와 번영을 구가하는 걸까.

1년간 미 스탠퍼드대학에서 미국의 벤처기업을 연구하면서 우선 국내 벤처 생태계와 크게 다른 점으로 눈에 띈 것은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이다.

이미 제품 및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 기업의 성패는 고객과 증권시장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초기의 신생기업들은 자금을 대는 VC들이 적자생존의 원칙에 의한 필터 역할을 함으로써 시장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들은 투자뿐만 아니라 기업전략 경영 마케팅 인력조달 네트워크 지원을 통해 벤처기업을 지원한다.

세계적인 벤처캐티털회사인 클라이너 퍼킨스의 VC들은 1년에 3건정도의 투자를 결정한다.

일단 투자를 하면 벤처기업을 위해 모든 서비스를 제공, 기업의 가치를 높인다.

벤처기업인들도 몇가지 점에서 국내와 확연히 다르다.

국내 일부 벤처기업인은 기술 하나만 가지고 금방 사업에서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거나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도 모른다. 벤처기업의 초창기에는 기술이 중요하지만 사업을 추진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는 시장에 대한 이해, 기업전략과 마케팅, 경영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개인창업보다는 서로 보완적인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모인 팀창업이 유행이다.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는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시하는 항목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팀!팀!팀!"

사실 실리콘밸리는 인적 네트워크 중심의 거대한 생태계다. △풍부한 고급인력△ 높은 지식집약도△ 노동시장의 유연성△개방적 사업환경 △위험에 대한 보상이 큰 문화 △아이디어만 있으면 다른 모든 것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

한국의 서울벤처밸리와 대덕밸리도 이 가운데 상당부분을 갖춰 나가고 있지만 우수한 두뇌를 가진 인력들이 과감하게 벤처에 진출하는 정신이 조금 더 필요하다. 스탠퍼드대와 버클리대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유능한 인재들을 오늘도 끊임없이 실리콘밸리에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인도와 중국의 우수인력까지 가세하고 있다.

일을 추진하는 속도가 빠르고 틈새시장을 파악하는데 민첩한 한국인은 e비즈니스에 적합한 것이 사실이다. 벤처인들은 잠깐의 혼란으로 좌절하지 말고 세계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리콘밸리=배종태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ztbae@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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