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동경비구역 JSA' 원작에선 어떻게 묘사했나?

  • 입력 2000년 9월 14일 18시 49분


“원작소설의 기본 골격만 따고 전부 바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다 만들어놓고 보니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감독은 영화 첫 시사회 이후 민음사에서 낸 박상연의 원작소설 ‘DMZ’와 ‘JSA’와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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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사실 ‘DMZ’(비무장지대의 영어약자)와 ‘JSA’(공동경비구역의 영어약자)간에는 제목을 빼고도 몇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영화에서 판문점 초소의 총격사건을 추적하는 한국계 스위스 여군장교 소피 소령은 소설에서는 지그 베르사미라는 이름의 남자소령이다. 영화속 이수혁병장은 김수혁상병으로, 오경필중사는 중사에서 강등당한 상등병으로 등장한다.

또 영화에서 소피소령의 가족사는 막판 반전을 위한 에피소드로 등장하지만 소설에서는 그 가족사가 절반 분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판문점 북측 초소내에서 벌어진 남북한 병사들간의 총격전에 얽힌 진실은 영화보다 소설쪽이 좀더 충격적이다. 제3자인 북한군관의 등장 때문이 아니라 우연한 오발사고의 총격을 들은 김수혁상병이 20여년간 온몸으로 받아들인 반공교육에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면서 일어난 참극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는 원작소설의 묵직한 비극성을 보다 인간적인 희극으로 환치하면서 우리의 의식 속에 여전히 숨쉬고 있는 냉전적 사고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제작됐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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