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사설]"NMD 차기정권 이후로 연기하라"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45분


8일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실험 실패는 NMD 구축을 차기 대통령에게 넘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험 실패로 NMD 도입 전에 보다 엄격한 실험과 외교력 발휘가 필요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사전 조치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NMD 구축은 적어도 차기 대통령 취임 이후로 미뤄져야 할 것 같다.

북한과 이란 이라크 같은 불안한(erratic) 국가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미사일 방패’를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험된 방어체제는 미국 도시들을 방어하는 데 충분치 못하다. 세번의 테스트에서 두번은 요격 미사일이 모조 탄두를 요격하지 못했고 한번만 성공했을 뿐이다.

이번 실험에서 요격 미사일의 격추장치는 미사일 추진체와 분리되지도 못했다. 결과적으로 목표물을 맞추기 위한 격추장치의 최첨단 센서들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적했듯 요격 미사일이 풍선 등의 유인장치에 의해 속아넘어갈지 모른다는 점도 현 시스템이 갖고 있는 중요한 불안요인이다.

특히 NMD 도입 결정이 러시아 등과 체결한 각종 군축협정의 파기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두를 이유는 전혀 없다. 중국과 유럽도 미국의 NMD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정부의 목표는 북한이 알래스카나 하와이 땅까지 조잡한 핵무기가 장착된 미사일을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2005년까지 NMD를 실전 배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그렇게 미사일 개발을 서두를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가을 이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의 실험발사 중단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이란과 이라크 같은 잠재적 위협국가들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점들로 볼 때 클린턴 행정부는 앨 고어 부통령을 공화당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NMD 도입 결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정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중대한 방어체제 결정을 좌지우지해선 안된다.

<정리〓박제균기자>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