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마방진]스팸메일 살인사건⑤

  • 입력 2000년 5월 21일 20시 27분


―왈도야, 이민주가 죽었대.

―뭐?

―고장난 트럭이 뭉개버렸대. 완전히 닭 쫓던 개 신세가 돼버렸어.

―끔찍하군. 정말 안됐어…. 어젠 인태 형이 죽고 오늘은 이민주씨가 죽었다…! 너 이게 정상적인 경우라고 생각해? 등골이 오싹해지는데…. 그런데 아까 그놈도 이 CD를 찾으러 왔을까?

―그래서 우리가 나섰잖아. 넌 그 CD 갖고 빨리 PC방에 가서 로그인 해봐라.

―그럼 넌?

―난 여기 남아서 좀더 찾아봐야겠어.

마방진의 말에 왈도는 오피스텔을 나서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서가 될 만한 건 다 뒤져봤는데 뭘 더 찾을 수 있겠느냐는 의미였다. 마방진은 왈도가 나가자마자 정인태의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가 죽음을 앞두었던 상황을 생각해보았다. 한참 생각 중일 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인효였다.

―우와! 근사한데.

―정인태가 여기서 죽은 걸 알고도 그런 말을 해? 아까 네 웹진에 글 올렸다는 이민주도 교통사고로 좀 전에 죽었어. 교통사곤지, 교통사고로 위장한 살인인지 모르겠지만.

―뭐라고! 바로 오늘 아침에 웹진에 글을 올린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오빠, 너무 무서워.

―세상을 무섭게 만드는 놈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지.

인효는 감정을 가라앉히려는 듯 방안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으응…? 그런데 저게 뭐야?

―저거라니?

―저기 액자에 씌어 있는 것 말야.

―난 안 보이는데.

―이리 와서 봐!

인효가 가리킨 액자는 마방진도 보았던 것이었다. 정인태의 사진은 컴퓨터 옆에도 있었다. 이민주와 다정하게 함께 찍은 것이었다.

―여기서 인태라는 사람이 누구야?

―글쎄, 책상 위의 사진하고 비교해 봐…. 여기 있군, 왼쪽에서 네번째.

―와 미남이네, 아깝다. 왈도 오빠도 옆에 있네.

―뭐, 아까워?

인효는 농담을 하는 투가 안정감을 되찾은 듯했다.

액자 속의 사진에는 가슴께에 대학 로고가 선명히 드러나는 빨간 유니폼을 입은 미식축구 부원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런데 액자 유리 위에 빨간 유성펜으로 글씨가 씌어 있었다. 인효가 말한 것이 바로 그 붉은 글씨였다. 그 글씨는 빨간 유니폼 부분에 겹쳐 있었기 때문에 방향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orda.com/vs’라는 글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때 왈도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거 가짜야! 가수 애들 신상명세나 들어 있고.

―그래? 완전히 사람 잡는군.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

―뭐? 이상한 거라고?

왈도는 적잖이 놀라면서도 궁금해했다.

―오르다 닷 컴 슬래시 브이에스.

―인태 형이 알려준 VS 사이트잖아. 그게 뭐가 이상하단 거야?

―아무튼 빨리 우리 사무실로 가자. 여기 컴퓨터는 망가졌잖아. 갈 때 요기도 좀 하고….

―그래, 알았어. 그런데 인효는 왔냐?

―그럼, 인효가 그 사이트가 적혀 있는 글씨를 발견했는데. 하여튼 어서 끊고 빨리 와.

―오케이.

마방진은 우선 오르다의 VS 사이트를 직접 뒤져보기로 했다. 도메인을 입력하자 VS 사이트임을 알리는 로고가 떴다.

―어! 여기 오른쪽에 CUG가 있는데, 이게 뭐야?

―회원 전용 채팅방이야.

―너 가입했어?

―아니. 인태 형이라면 몰라도….

마방진은 CUG 창을 클릭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아이디, 패스워드? 그냥 나가야겠군.

―오빠! 한 번 해보자. 이런 데서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단 말야.

―그럼 인태 형 아이디로 해볼까. 내가 몇 번 봐서 알고 있거든.

―그래? 빨리 말해봐.

―스릴시커.

―패스워드는?

―응? 그건 모르지.

―뭐라고?

―아이디만 알면 뭐해? 패스워드를 알아야지. …혹시 이민주?

실패였다. 다시 로그인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왈도가 몇몇 단어를 떠올려보았지만 계속 실패였다.

―너네 미식축구팀 별명 같은 거 없었어? 이 사이트 이름이 미식축구 부원들하고 찍은 사진 액자 위에 써 있던데.

―붉은사자.

―이것도 아닌데….

마방진과 왈도가 아옹다옹하는 중에 인효가 끼여들었다.

―숫자로 해보는 건 어때? 참, 왈도 오빠 백넘버가 47번 맞지?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내가 숫자 하나는 잘 외운단 말야. 정인태 씨는 79번이었고.

―나보다 더 잘 아는구먼.

―오빠, 그럼 7947로 해봐. 직감이지만 분명 그게 비밀번호일 거야. 아니면 4779든지.

마방진이 7947을 입력했을 때 역시 로그인에 실패했지만, 4779를 입력하자 거짓말처럼 채팅방이 열렸다. 인효는 그것 보라며 으스댔다.

그 CUG에서는 엑스레이, 탱크, 비비가 채팅 중이었다.

비비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인태, 아니 정인태의 아이디를 도용하는 자가 채팅방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어떤 놈이지? 낮에 정인태 오피스텔에 있던 놈들인가? 아니면, 다른 어떤 놈이 그의 아이디를 해킹했단 말인가?’

비비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안녕하세요, 스릴시커님?

▼로그인(Login)▼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이용자가 컴퓨터 시스템에 자신을 알리고 등록하는 작업. 한 사람이 쓰는 컴퓨터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작업이 필요 없으나 여럿이 쓰는 사용자 시스템에서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사용자명(ID)과 암호(Password)를 입력하여 시스템에 접속을 하여야 한다. 동의어는 logon과 signon 이 있으며 반대어로 logout과 log-off가 있다.

▼CUG(폐쇄 이용자 그룹·Closed Users Group)▼

CUG는 PC통신 서비스 메뉴 가운데 한가지로 정보 보안을 고려해 특정 그룹이나 개인에 대해서만 정보를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말한다. 즉 공중망을 통하여 정보를 교환하는 사용자 그룹 중에서 자기 그룹 내부에서만 정보를 교환하고 다른 그룹과는 접촉하지 않는 사용자 그룹을 말한다.

CUG는 PC통신 네트워크 안에 또 하나의 작은 폐쇄형 네트워크와 같은 것으로 특정의 그룹 내에서만 E메일이나 전자게시판(BBS)을 사용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나 단체, 서클 등에서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필요한 정보를 그 네트워크 안에서만 주고받을 수가 있다.

CUG는 귀중한 정보의 기밀보호가 가능한 것은 물론 복수의 그룹 또는 개인간에 화상정보응답시스템(VRS, Video Response System)센터의 파일에 저장해 둔 각종 사진과 그림, 동화상 정보 또는 음성정보의 공동 검색과 이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어떤 기업이 계열회사나 관련 협력회사와의 업무연락에 이용한다든지 신문사 또는 잡지사가 정보의 제공자로서 각종 최신 정보를 한정된 회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 이에 해당된다. 회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정보의 수요가 분명하며 전문적인 내용이 주종을 이룬다.

▼비밀번호(Password)▼

사용자가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 시스템에 로그인할 때 그 사람이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입력하도록 하는 문자열이나 코드번호.

비밀번호는 보안유지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로 컴퓨터 시스템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방법의 한 가지이다.

최근에는 은행통장 신용카드 인터넷사이트등록 PC통신 휴대전화 등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비밀번호를 쓰는 경우가 많다. 비밀번호가 제각각이라 가끔 혼동을 일으키거나 평소 잘 안쓰는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막막한 경우가 있다.

인터넷 사이트 www.idbook.com에서는 이같은 혼동을 막기 위해 비밀번호와 아이디를 관리해준다. 회원등록을 할 때 주어지는 마스터 ID와 비밀번호로 접속한 뒤 ‘ID추가’ 메뉴를 선택하고 이미 쓰고 있거나 새로 쓰려는 각종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두면 나중에 비밀번호를 잊어버려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채팅(Chatting)▼

통신회선을 통해 연결된 두 컴퓨터의 사용자가 키보드를 통해 서로 대화하는 것처럼 짧은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 즉 한쪽에서 타자한 내용이 다른 쪽 컴퓨터의 화면에 그대로 표시되고 상대방은 그에 응답하는 식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쳐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이다. 관련 사이트로 세이클럽 지오피아 스카이러브 등이 있다.

세이클럽(www.sayclub.com)에서는 이미지와 사운드 채팅이 지원되며 특정인과의 1대1 대화와 사람찾기, 쪽지 주고 받기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오피아(www.geopia.com)와 하늘사랑(www.skylove.co.kr)에서도 지역별 주제별 연령별 등으로 세분화된 다양한 대화방을 선택해 원하는 채팅을 즐길 수 있다.

★이번주 퀴즈

“범인은 누구일까요?”

금주에도 탐정 마방진에게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결정적 단서나 범인에 대한 제보를 주신 분들에게 현상금으로 사이버머니를 지급합니다. 제보는 마방진의 메일(mabangzin@lycos.co.kr)을 통해 접수합니다. 이와 함께 ‘탐정 마방진’ 관련 퀴즈 맞히기 이벤트가 라이코스(mabangzin.lycos.co.kr)에서 계속 진행됩니다.

<퀴즈>

1. 다음 웹진에 대한 설명 중 틀린 것은?

①www와 magazine이 결합된 신조어이다.

②기존 잡지에서 불가능한 동영상이나 음성 정보를 제공한다.

③정보통신 문화 생활 예술 등의 영역에서 뿌리를 굳히고 있다.

④오프라인 잡지보다 제작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⑤과학소설(SF) 웹진도 있다.

2.다음 중 해킹 또는 사이버 공간의 세계를 다룬 영화가 아닌 것은?

①해커스 ②제5원소 ③너바나 ④매트릭스 ⑤코드명 J

3.다음 중 단위명과 단위의 연결이 바른 것은?

①메가(M)-십만 ②헥토(h)-십 ③나노(n)-십억 분의 일 ④센티(c)-십분의 일 ⑤밀리(m)-백분의 일

4.소설 속의 등장 인물인 인효는 B612라는 웹진을 운영한다. 이 웹진 이름의 유래가 된 작품은?

①부활 ②카라마조프가 형제 ③율리시스 ④로빈슨 크루소 ⑤어린 왕자

5.다음 중 해킹과 관련이 없는 것은?

①크래킹은 범죄 행위가 아닐 수도 있다.

②타인의 컴퓨터 시스템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행위이다.

③해킹은 컴퓨터 보안 기술을 향상시킨 면도 있다.

④트로이 목마나 논리 폭탄과 같은 수법이 대표적이다.

⑤컴퓨터 시스템을 공짜로 이용하려는 데서 시작되었다.

-사이버탐정 마방진 지난호는 라이코스(mabangzin.lycos.co.kr)와 동아닷컴(www.donga.com)정보과학코너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이 영 rhiyoung@netsgo.com

▽용어 및 사이트 소개〓라이코스코리아 디렉토리팀 kiki@email.lycos.co.kr

▽정리〓성하운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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