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무기수출로 러시아 부흥"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러시아의 군수산업과 무기수출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등장 이후 방위산업계는 급속하게 활기를 띠고 있다. ‘초강대국 러시아’의 영화를 재현하려는 푸틴이 군사력 강화와 군사과학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

러시아 군수산업을 통괄하는 일랴 클레바노프 부총리는 최근 “올해 적어도 43억달러어치의 무기를 수출해 러시아 방위산업을 되살리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언명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35억달러어치의 무기를 팔았다.

러시아의 1차 목표는 세계 무기시장에서 2위 자리를 되찾는 것. 세계 무기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냉전종식과 소련붕괴 후 영국과 프랑스에까지 밀려 4위로 주저앉은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푸틴은 지난달 3개 국영 무기수출회사 중 ‘프롬엑스포르트’와 ‘로시스키예 테흐노로기예’를 통합했다. 또 무기수출의 80%를 담당하는 로스보루제니예의 경영진을 교체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직접 나서 무기수출을 독려하겠다는 뜻. 클레바노프는 해외를 돌며 러시아 무기를 판촉하는 세일즈맨으로 나섰다. 올들어 중국 베트남 터키를 다녀왔고 인도 말레이시아도 갈 예정이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자국무기를 수출해온 중국 인도 중동 등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찾는데도 적극적이다. 올해 1억4500만달러어치의 카모프 중무장 공격용헬기를 터키에 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회원국인 터키는 미국제 무기가 판을 치는 곳.

최근 10년간 거의 중단했던 신무기 개발도 재개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B2 폭격기보다 작은 신형 스텔스 폭격기 개발에 착수했다. 3일 발사된 코스모스2370 군사첩보위성이나 SS27 토폴M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최근 개발된 최첨단 무기들이다.

푸틴 정부가 군수산업을 중시하는 데는 정치, 군사적 배경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유도 있다. 92년 경제개혁을 시작하면서 서방의 조언대로 군수산업의 민영화와 민간수요물자 생산계획을 서두른 것이 실수였다는 자체 분석에 따른 것. 엄청난 덩치의 군수업체를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 민영화는 지지부진했고 민간용 물자 생산도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탱크를 만들던 공장에서 갑자기 트랙터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차라리 군수산업을 다시 살리는 게 낫다”는 것이 푸틴의 생각. 현재 무기는 석유와 함께 러시아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무기는 저렴하고 조작이 간편해 국방예산이 부족한 제3세계 국가에 인기가 많다. 그러나 국제무기시장의 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여서 되살아나는 러시아 군수산업의 활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한국에 중형잠수함 '킬로' 판매 총력▼

중형(中型) 잠수함 ‘킬로(KILO)’를 한국에 팔아라.

러시아가 중형 잠수함(2350t)을 한국에 팔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정치적 압력을 계속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김대중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때 이례적으로 이고리 세르게예프 국방장관이 푸틴 옆에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은 7일 취임 후 바쁜 가운데도 시간을 쪼개 17일 러시아를 방문한 조성태 국방장관을 만날 예정.

러시아가 잠수함 판매에 집착하는 것은 현재 한국에 팔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인데다 대규모 경협차관 상환을 위해 무기판매가 가장 손쉬운 길이기 때문. 미국은 중형 잠수함을 만들지 않기 때문. 뛰어난 공격력을 갖추고 있지만 전원이 취약하며 소음이 심하고 함내 구조가 활동하기 불편해 한국 해군은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외교군사 소식통들은 잠수함 판매가 좌절될 경우 러시아가 푸틴의 연내 방한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등 ‘몽니’를 부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의 차세대전투기사업(F-X)과 방공미사일도입사업(SAM-X)에 수호이35 전투기와 S300미사일을 도전품목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 사업에는 미국의 F15전투기와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뛰어들어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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