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속 의학]잔다르크/가슴에 꽂힌 화살 뽑은건 자살행위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젊은 처녀가 위기에 처한 조국을 목숨을 바쳐 구해 냈다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더구나 잔다르크는 프랑스 시골태생으로 전투경험이 없으면서도 최일선에서 전쟁을 이끌었는데 그 당시 여성의 사회적 인식에 비추어 신화에 가까운 일이라 하겠다.

뤽 베송 감독의 ‘잔다르크’ 는 과거의 영화와 달리 여주인공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었고 전쟁장면을 비교적 충실하게 표현하였다는 평을 받았다.

잔다르크는 영국군을 공격하던 중 성위에서 쏜 화살에 가슴을 맞는다. 불사신으로 믿었던 그가 화살에 맞는 것을 본 프랑스군의 사기는 갑자기 떨어지게 된다.

전투의 승패가 갈리는 순간 잔다르크는 가슴에 꽂힌 화살을 손으로 뽑아낸 뒤 기절한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 그는 잠을 깨서 피곤에 지친 병사들을 돌러본다.

화살은 옛날 전쟁에서는 치명적인 살상무기이다. 우선 화살촉의 모양이 신체를 뚫고들어 가기는 쉽게되어 있지만 뽑아내려면 막대한 조직손상을 각오해야 한다. 팔다리와 같은 부분이라면 이런 손상을 각오하고라도 뽑아 낼 수 있겠지만 가슴부분은 다르다.

화살이 요행히 심장이나 대동맥을 피해서 급성출혈했다 하여도 가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폐에는 화살이 꽂여 있을 터이니 출혈을 피할 수는 없다. 환자는 심한 흉통과 함께 각혈하게 된다. 화살을 뽑게되면 외부와 흉막강, 폐 사이에 터널이 생기는데 이 터널을 따라 외부와 폐로부터 흉막강내로 공기가 유입되게되면 소위 기흉이라는 병이 생긴다.

기흉으로 수축된 폐는 호흡을 할 수 없으니 환자는 숨이차고 가슴이 답답하며 맥박이 빨라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흉이 확대되면 심장을 압박하여 급기야 사망할 수도 있다.

가슴에 꽂힌 화살을 뽑은 것은 용기는 있어 보일지 모르나 의학적으로는 생명을 단축하는 일인 것이다.

김형규(고려대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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