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을 크게 보자

  • 입력 2000년 4월 14일 19시 08분


4·13총선 결과는 국민화합과 협력의 상생정치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함을 깨우쳐주었다. 극으로 치닫는 지역주의의 극복을 위해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 가슴으로 화합해 힘을 모아야만 미래가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새천년 새정치의 기틀도 그런 연후에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누구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여당은 국민이 만들어준 16대 국회 의석분포의 의미를 새겨담아야 한다. 국정의 동반자로서 야당과 함께 가는 큰정치를 하지 않으면 정국의 안정이나 나라와 경제발전을 위한 개혁도 힘을 받지 못한다. 새로운 양당체제의 구축은 과거처럼 사사건건 맞부닥치는 ‘배척과 대결의 정치’가 아니라 차원 높고 세련된 ‘이해와 협력의 정치력’을 요구하고 있다.

15대 대통령선거 후 지금까지 보여온 여권의 정치력은 이번 선거에서 그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 집권 2년째를 넘겼지만 사회통합과 정치발전은 뒷걸음질쳤다. 그 책임을 야당의 ‘발목잡기’로만 돌리던 행태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여소야대의 이번 선거결과를 인위적으로 뒤집는다거나 야당을 폄훼하려는 어떤 기도도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할 것이다. 상대를 인정하며 협력을 구하는 큰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자만에 빠져서는 안된다. 선거결과는 전체적으로 야당의 승리로 나왔지만 의석수가 현저히 많은 특정지역의 싹쓸이라는 비정치적 산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충청권과 강원 제주 등 지난 총선 때의 우세지역에서 민주당에 오히려 패배했다. 전체적으로 승리했다고 자랑할 만한 결과가 아니며 이는 어느 당의 독주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절묘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제 한나라당은 명실상부한 원내 제1당으로서 낙후한 의회정치를 누구보다 앞서 개선해나갈 책임과 의무를 지게 됐다. 과거처럼 여권의 실수에 따른 반사이익이나 챙기며 목청만 높여서는 안된다. 국정에 협력할 것은 하고 견제할 것은 하는 유연성을 보이며 지지기반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여야정치권은 두 달 뒤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도 민족화합과 공존이라는 대승적 국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번 국민의 선택은 이해와 협력의 상생정치를 누가 잘 펼 수 있는지 여야간 선의의 경쟁을 부추긴 것으로 보아야 한다. 어느 정당에도 과반의석을 주지 않고 권역별로 승리와 패배를 골고루 안겨주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정치에 충실하고 욕설보다는 대화, 싸움보다는 끌어안기의 정치를 하라는 주문이다. 그래야 다시 표를 준다는 유권자의 진심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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