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불 재발 누구 책임인가

  • 입력 2000년 4월 12일 19시 23분


강원 영동지방의 잇단 산불에 따른 엄청난 피해는 산불예방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그러나 6일 이후 영동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고성과 삼척에서의 재발생을 포함해 11건이나 되며, 일부지역 산불은 시가지로까지 번졌고, 삼척 산불은 경북 울진으로 확산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산불관리체계의 허술함도 실감케 했다.

고성 강릉 삼척의 산불 피해면적만 해도 사상 최대의 산불이었던 96년 고성 피해면적의 2배를 넘어서는 등 산불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벌써 두 명이 산불로 목숨을 잃었고, 가옥 전소 등에 따른 이재민도 급증하고 있다. 삼척 바닷가 주민들은 도로까지 건너뛴 산불을 피해 배를 타고 바다로 긴급피난하기도 했고, 동해의 시멘트공장도 전면 생산을 중단했으며, 울진 원전 2호기도 출력을 낮춰 가동하는 등 영동지역 산불 피해는 국가적 재난이라고 할 만하다.

불과 며칠 사이에 영동지역에 산불이 잇따르는 데 대해서는 당국의 책임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보기 드문 가뭄으로 인한 전국적 산불의 빈발은 그렇다 치더라도 동해 연안도시의 산불은 강풍 및 장비부족으로 진화가 어렵다는 당국의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7일 정부 4개 부처의 합동담화 발표 이후에도 산불이 계속된 데 대해 당국은 방화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방화이든 실화이든 철저한 예방과 감시 조치가 있었다면 사전 차단이나 최소한 초기 진화도 가능했을 것이다.

산불의 예방 및 진화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산불예방과 진화 그리고 긴급 구조활동 등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산불이 발생하면 피해가 여러 지역에 걸치게 되는 것은 영동지역의 산불도 입증한다.

산불 진화는 지금처럼 기초단체장이 일일이 협조를 구하는 식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영동지역 산불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하며, 진화에 필수적인 소방헬리콥터 보강 등 소방장비 현대화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시급히 여겨야 할 일은 산불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긴급구조체계의 정비 필요성을 절감한다. 정부는 산불중앙사고대책본부를 통해 피해 주민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행정자치부 등 관련부처는 또 나름대로의 대책을 발표했다. 부처간 유기적 협조문제는 집중호우나 태풍 때도 거론됐지만 정부는 긴급구조와 방재 담당업무를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행정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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