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헌의 뇌와 우리아이]자연의 소리 들으면 스트레스 '싹'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뇌신경세포 사이에 신호가 전달될 때 생기는 전기의 흐름과 비슷한 현상을 뇌파라고 한다. 뇌파에는 느린 뇌파와 빠른 뇌파가 있어 잠잘 때는 아주 느린 델타파(0.5∼4 싸이클/초), 활동할 때는 빠른 베타파(14∼30싸이클/초), 명상할 때는 비교적 느린 중간 정도의 알파파(7∼13싸이클/초)가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델타파는 수면 뇌파, 베타파는 활동 뇌파, 알파파는 명상 뇌파라고도 한다.

보통 사람의 경우 눈을 감아 외부로부터의 시각 자극을 차단해 주면 시각중추가 있는 후두부에 자극이 전달되지 않아 활동할 때보다 느린 알파파가 나타난다. 깊은 명상 상태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입시라는 과중한 스트레스에 눌려 있는 청소년들이 지친 뇌세포를 쉬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알파파를 내는 것이다. 공부하는 중간중간에 신경세포가 알파파를 낼 수 있도록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알파파가 너무 과도하게 나오게 되면 뇌세포가 수면 상태와 비슷한 상태로 빠지게 돼 공부나 일의 능률이 떨어질 수 있다.

요즈음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인위적으로 뇌에 자극을 가해서 알파파를 나오게 하는 것 보다 자연적인 방법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더 좋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마음 속에 있는 여러 가지 잡념을 없애고 정신을 하나로 통일하여 무념 무상의 경지에 몰입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솔바람, 시냇물 흐르는 소리, 파도 소리, 눈 밟는 소리, 새 소리 등 자연의 소리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맑고 쾌적하게 만들어 주는 소리다. 반면 시끄러운 소리나 요란한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들뜨게 한다. 그러나 요란하고 시끄럽더라도 좋아하는 음악이라면 청소년들에게 알파파를 나오게 할 수 있다.

적당한 긴장은 우리 뇌세포의 기능을 자극해 주기 때문에 공부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베타파와 알파파의 조화로운 조절이 뇌 기능을 극대화시키는 데 필수 요인이다.

서유헌 <서울대의대 교수·한국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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