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른 공천 없이 새정치 없다

  • 입력 2000년 1월 10일 19시 48분


“통 반장 임명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는 하지 않는다.” 이것이 요즘 여권 신당인 새천년 민주당(가칭)내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라고 한다. 각 지역 조직책 선정이 도대체 어떤 심사기준과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당은 6일 조직책 신청을 마감하자마자 다음날 조직책 명단 17명을 발표했다. 17개 지역에 대한 조직책 심사를 하루만에 끝낸 것이다. 아무리 조직책 공모가 형식적이라고 해도 이래서는 공천의 투명성과 합리성은 입에 담기도 어렵다. 차라리 이번 선거가 너무 중요해 이미 당선 가능성 위주로 내정을 했으니 별도의 공천신청은 받지 못하겠다고 하는 편이 공당이 취할 솔직한 자세라고 하겠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새천년 신년사’에서 “신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생산적 복지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는 국민적 개혁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적 개혁정당’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정당이 민주적 원칙에 의해 굴러갈 수 있어야 한다. 공천의 민주화는 정당 민주화의 절대 요건이다. 그런 공천이 여전히 밀실에서 불투명하게 이루어진다면 그 정당은 결코 ‘국민적 개혁정당’이 될 수 없다. 그저 눈앞의 선거를 의식해 급조된 ‘또 하나의 정당’에 불과할 뿐이다.

당선 가능성이 공천의 주요한 잣대일 수는 있다. 또 나름대로 여론조사 등을 통해 공천 후보자에 대한 사전검토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신당으로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근본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첫 과제는 정당 민주화의 실천이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들리기로는 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당장 옛 민주당 출신들이 30%의 지분을 요구하고 나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든 야든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처럼 밀실에서 계파간 나눠먹기나 뒷거래식으로 공천을 하고도 지역주의에 기대어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구태정치’는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다. 유권자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어제 ‘총선출마 부적격’ 대상으로 여야(與野) 정치인 및 총선출마 예상인물 등 16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우리는 경실련의 명단 발표가 그 많은 숫자나 총선출마 부적격의 객관적 기준이 명확하지 못한 점 등에서 신중치 못했다고 본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선거운동을 비난하기 앞서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시민의 호응을 받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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