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새천년 신년사’에서 “신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생산적 복지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는 국민적 개혁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적 개혁정당’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정당이 민주적 원칙에 의해 굴러갈 수 있어야 한다. 공천의 민주화는 정당 민주화의 절대 요건이다. 그런 공천이 여전히 밀실에서 불투명하게 이루어진다면 그 정당은 결코 ‘국민적 개혁정당’이 될 수 없다. 그저 눈앞의 선거를 의식해 급조된 ‘또 하나의 정당’에 불과할 뿐이다.
당선 가능성이 공천의 주요한 잣대일 수는 있다. 또 나름대로 여론조사 등을 통해 공천 후보자에 대한 사전검토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신당으로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근본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첫 과제는 정당 민주화의 실천이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들리기로는 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당장 옛 민주당 출신들이 30%의 지분을 요구하고 나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든 야든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처럼 밀실에서 계파간 나눠먹기나 뒷거래식으로 공천을 하고도 지역주의에 기대어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구태정치’는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다. 유권자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어제 ‘총선출마 부적격’ 대상으로 여야(與野) 정치인 및 총선출마 예상인물 등 16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우리는 경실련의 명단 발표가 그 많은 숫자나 총선출마 부적격의 객관적 기준이 명확하지 못한 점 등에서 신중치 못했다고 본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선거운동을 비난하기 앞서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시민의 호응을 받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