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식의 과학생각]'인터넷 세상'이 부를 변화

미국의 ‘타임’지는 30대 중반의 책방 주인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리 베조스이다.

아마존은 1999년 한 해에 3억5000만 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 금년 말에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이처럼 실속없는 회사 주인이 세계적 인물로 부상한 까닭은 인터넷을 이용한 상거래의 폭발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베조스의 선정은 인터넷이 탄생 30년 만에 21세기 세계경제의 견인차가 되었음을 천명한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경제의 틀' 크게 바뀌어

우리나라 역시 1999년은 인터넷 경제의 원년으로 기록될 만하다.

코스닥 시장에서 인터넷 기업은 주가가 폭등해 어중이떠중이들이 횡재를 했으며 연말에 서울에 나타난 일본 소프트방크의 손정의 사장이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에 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하여 일반국민에게 인터넷 사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인터넷은 기업의 유통체제뿐만 아니라 경영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전망이다. 오늘날 기업에 필요한 정보는 사장에서 사원에게 수직적으로 하달되지만 머지않아 인터넷을 통해 회사의 구성원이면 누구나 수평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의 기업환경은 영웅적인 최고 경영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특출한 몇몇 개인의 경영수완에 의존했지만 앞으로 기업 경영의 성공은 가장 유능하고 지혜로운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요컨대 인터넷 경제에서는 사장이 없는 회사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사업 기회는 상상을 불허한다. 2010년경 인터넷이 사람에 버금가는 지능을 가진 거대한 디지털 생명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0년이 되면 도시, 선박이나 트럭 등 운송수단, 고속도로, 환경, 사람의 대화 또는 신체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감시하는 원격측정(telemetry)시스템이 수 조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1인당 1만개씩 이러한 장치를 소유하게 될 것 같다. 원격측정 장치는 사람 뇌의 신경세포 노릇을 하게 된다. 신경세포가 상호 연결되어 뇌기능이 발휘되는 것처럼 원격측정 장치들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구의 신경계 또는 피부 역할을 한다. 지구를 뒤덮는 전자 피부의 세포들이 감지한 정보를 처리하고 소통시키는 뼈대는 인터넷이다.

다시 말해 2010년이 되면 인터넷에 열결된 수 조개의 원격측정 장치가 신경세포처럼 기능하기 시작하여 인터넷은 지구의 뇌로 진화하게 된다.

인터넷이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되면 지구의 전자 피부로서 스스로 지진이나 기상이변을 사전에 감지해 인류를 재난으로부터 구해 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터넷은 태양계로 확장될 예정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2003년부터 지구와 화성을 연결하는 통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인터플레닛(IPN)이라 불리는 행성 간 인터넷으로 지구를 달 화성,소행성 등과 연결하면 안방에 앉아 태양계를 여행중인 친지와 교신할 수 있게 된다. 행성 간 인터넷으로 지구의 신경계가 우주공간으로 뻗어나가면 지구촌보다 우주촌이라는 말이 더 실감나게 사용될 것 같다.

인터넷은 경제 세계화와 함께 지구를 하나로 묶는 힘으로 간주되지만 국가를 분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세계지도를 바꿀 수도

우선 소수민족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치적 결사체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경제의 세계화는 교역할 만한 자원을 가진 집단이라면 누구나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길을 터준다. 무엇보다 자국의 화폐가 필요없다. 요컨대 인터넷이 민족주의의 확산을 돕기 때문에 유엔 회원국은 1999년에 185개 국이었으나 21세기에 20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스코틀랜드 퀘벡 코소보 바스크 티베트 비아프라 그리고 뉴욕시, 21세기에 국가 선언을 할 만한 지역들이다.

뉴욕시가 독립선언을 한다면 서울시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가 그 뒤를 잇지 말란 법이 없다고 허튼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터이다.

4월 총선에서 지역감정이 판세를 좌우할 것이 확실하므로.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