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서울중앙병원 담석치료팀

  • 입력 1999년 9월 28일 18시 49분


서울중앙병원 담석치료팀 김명환교수(43·내과)의 방은 늘 여기저기 흩어진 서류뭉치로 어지럽다. 연구실을 정리할 여유가 없기 때문. ‘간 이식수술의 1인자’로 유명한 같은 팀의 이승규교수(50·외과)는 가족과의 외식을 병원 식당에서 할 정도로 바쁘다.

두 사람과 내과 이성구교수(40), 진단방사선과 성규보(45) 이문규교수(45)는 바쁜 시간 짬짬이 틈만 나면 전화를 주고받으며 담석증환자의 치료에 대해 논의한다. 서로 목소리는 물론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금새 알아차린다.

“담석증은 부위와 증세 등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각 과 의료진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명의가 아니라 세 과의 ‘고수’들이 서로 환자를 맡기며 치료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서로의 실력을 믿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김교수)

팀에선 매년 4000여명의 담석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김교수는 “담석 완전제거율이 95% 이상으로 미국 일본 등의 유명병원 85∼90%를 웃돈다”고 소개.

▼담석증과 종류▼

간에서 매일 900㎖씩 만들어지는 담즙은 담도와 쓸개를 지나면서 지방을 소화하고 콜레스테롤을 배설시킨 이 과정에서 담즙에 찌꺼기가 끼어 돌처럼 뭉쳐져 단단해지는 것이 담석.

담석은 성분별로 색소담석와 콜레스테롤담석으로 나누어진다. 색소담석은 기생충감염 간질환 당뇨병 등이 주원인이고 콜레스테롤담석은 고단백 고지방 위주의 식생활과 비만 때문에 주로 생긴다.콜레스테롤담석은 20∼30년 전까지 10%대에 불과했으나 최근 절반을 넘었다.

위치별로는 △간내 담도담석 △간외 담도담석 △담낭(쓸개)담석이 있다.

▼최우수·최초의 치료법▼

‘담도담석’은 발견 즉시 없애야 담도염이나 간질환 등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내시경으로 담석을 빨아당기거나 부숴서 배설시키는 ‘담도경 수술’이 보편적. 김교수가 이 방법으로 간내담석을 완전히 없앤 성공률은 98%. 지난해말 미국 일본 등의 치료팀을 제치고 미국소화내시경학회로부터 ‘담도경치료 최우수상’을 받았다. 담도경 수술 중 돌덩이가 큰 것을 레이저로 부수는 ‘담도경 레이저수술’은 82년 외과 이교수가 국내 첫 도입한 뒤 김교수에게 ‘전수’한 것.

김교수는 또 지난해 간에 흩어져 있어 절제술로 없애기 힘든 담석을 녹여서 없애는 용해제를 세계에서 처음 개발해 쓰고 있다. 간내 담도담석의일부는역시이승규교수가간을잘라없애는절제술로 해결한다.

‘담낭담석’이 있을 경우 예전엔 암을 유발한다며 무조건 수술을 권했지만 최근엔 증세가 없으면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정설’. 이승규교수는 90년 배 세 곳에 구멍을 뚫어 복강경을 넣은 다음 담낭을 자르는 ‘복강경 담낭절세술’을 국내 첫 성공했다.

김교수는 “이같은 ‘최초’‘최고’ 행진은 진단방사선과 교수들이 초음파로 담석의 위치를 정확히 찾고,담도경 수술때도 정확한 자리에 담도경을 넣는 테크닉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

“의료진의 노력 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담석증은 엑스레이나 혈액검사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급체 위경련 등이 와도 위내시경검사에서 이상이 나오지 않으면 그냥 고통 속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죠.”

이성구교수는 배의 통증이 15분 이상 계속 됐다가 멎는 경우가 잦은데도 위가 ‘정상’이라면 담석증을 의심,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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