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동식물 진화地圖 '생명의 계통樹' 다시 그린다

  • 입력 1999년 9월 5일 18시 45분


어떤 사람이 버섯과 양상추로 만든 샐러드를 막 먹으려고 한다. 생명체의 보편적인 계통을 따져본다면 흔히 버섯과 양상추의 관계가 버섯과 사람의 관계보다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아니다.

◆버섯은 동물에 더 가까워

최근의 연구들은 생명체의 유전적 생화학적 구조적 진화계통적 관계에 관한 기존의 개념들을 혁명적으로 뒤엎고 있다. 이들 연구결과에 의하면 버섯과 같은 진균류는 양상추 같은 식물보다 사람 같은 동물에 더 가깝다. 그리고 이는 약 35억년에 걸친 생명의 역사를 정리한 생명의 계통수 중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생명체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처럼 새로 밝혀진 사실들 때문에 학자들은 현재 진화와 관련해서 오랫동안 사실로 믿어져 왔던 여러 가지 학설들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진화의 과정을 정리한 지도라고 할 수 있는 생명의 계통수는 맨 밑에는 단순한 단세포 생물, 그리고 꼭대기에는 식물 동물 진균류 갈조류가 자리를 잡고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다양한 생명체들의 표면적 특징을 비교해서 그 결과를 근거로 이 생명의 계통수를 그려왔다. 예를 들어 진균류는 모양이 식물과 비슷하게 생긴 데다 한 자리에서 자란다는 점도 식물과 비슷해서 식물과 한 덩어리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생명체의 유전 물질과 현미경으로 관찰한 내부 구조를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학자들은 생명의 계통수를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만 하는 입장이 되었다. 우선 지금까지 고등 생명체는 식물계와 동물계로 나뉜다고 생각되었으나 이제 다시 그려진 계통수의 꼭대기에는 적조류, 녹색 식물, 동물, 진균류, 그리고 최근에 발견된 스트라메노파일, 이렇게 다섯 개의 계(界)가 자리잡고 있다. 스트라메노파일은 대부분 식물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으나 광합성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식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민물 식물이 처음 육지진출

이처럼 생명의 계통수가 크게 바뀌면서 학자들은 진화의 진행과정에 대한 기존의 개념들도 새로 정리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육지로 진출한 최초의 식물이 바다에서 나왔다고 생각했으나 요즘은 민물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일부 육지 식물이 다시 바다로 들어가 녹색 해조류가 되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새로운 연구결과 덕분에 학자들은 현재 최초의 육상 식물과 최초의 개화 식물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내는 데 놀라울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자연에서 추출할 수 있는 약품들의 탐색과 가뭄에 강한 곡식의 개발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생명의 계통수에 대한 재검토는 우선 모든 생명체를 박테리아 아카에아 유카리아의 세 가지 기본적 그룹으로 다시 나누는 것으로 시작한다. 박테리아는 세포핵을 갖고 있지 않다. 아카에아는 매우 오래 전에 생겨난 박테리아로서 흔히 뜨거운 물 속 같은 적대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 학자들은 아카에아가 지구상에 출현한 최초의 생명체를 대표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유카리아는 에너지를 처리하는 특수한 내부 구조와 세포핵을 지닌 진핵 세포들로 이루어진 생물이며 여기에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고등 생물이 포함된다.

◆39억년전 박테리아 첫출현

최초의 박테리아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지구가 형성된지 약 10억년 후인 35억년 전이었다. 그리고 진핵 세포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적어도 약 20억년 전, 또는 그보다 약간 이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자들은 진핵 세포들이 서로 다른 종류의 세포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진화해왔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이들이 다른 세포들을 먹어서 소화를 시킨 것이 아니라 그들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받아들여진 세포들은 식물의 광합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엽록체나 식물과 동물 세포에서 에너지 처리를 맡고 있는 미토콘드리아처럼 진핵 세포 생물의 영원한 일부가 되어 유전적으로 재생산하게 되었다.

8월에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제16회 국제식물학회에서는 12개국의 학자 200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5년간의 녹색 식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의 발표를 종합하면 녹색 식물은 다세포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조류(藻類)의 형태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후 5억년 동안 물 속에만 머물러 있었다.

이들은 물이 없으면 번식을 할 수가 없었다. 정자 세포가 난자 세포에 도달하는 길은 물 속을 헤엄치거나 둥둥 떠가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조류 중 일부가 바다에서 민물로 진출해 때로는 물이 마를 때도 있는 물가에서 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위가 높아졌을 때 번식을 했고, 물이 말랐을 때는 건조한 환경과 태양의 자외선에 유전적으로 적응을 하게 되었다. 이런 식물의 특징을 현재까지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이 이끼와 양치류이다.

식물의 진화에서 그 다음으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것은 약 4억2500만년전 겉씨 식물의 출현이었다. 씨를 가진 식물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겉씨 식물의 등장으로 이제 정자 세포는 물 속을 헤엄치는 대신 꽃가루 속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 새로운 번식 방법이 너무나 효과적이었으므로 식물의 크기가 커지면서 나무들이 등장했고 녹색 식물은 사상 처음으로 육상 생태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이 당시에 번성한 식물들의 후손이 오늘날 침엽수이다.

◆최초 개화식물 규명등 숙제

식물 진화의 마지막 전환점은 약1억5000만년전 개화 식물의 출현이었다. 속씨 식물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씨가 열매의 과육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그 후 사실상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계통을 이어왔다.

학자들은 아직 모든 식물의 근원이 된 단세포 생물, 최초의 육상 식물, 최초의 개화 식물이 무엇이었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답을 찾아내는 데 필요한 단서는 이미 갖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회의에서 학자들은 지금도 지구상에서 자라고 있는 메조스티그마라는 이름의 초기 조류가 최초의 육상 식물이 등장하기 직전에 진화한 ‘살아있는 화석’으로 생각된다고 발표했다. 또한 남태평양의 뉴 칼레도니아 군도에서만 발견되는 암보렐라라는 이름의 작은 크림 색 꽃이 살아있는 개화 식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사실도 발표되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브렌트 미술러 박사는 암보렐라가 속씨 식물의 최초 조상과 가장 가까운 존재이며 따라서 그 최초 조상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학자들은 식물 진화의 매 단계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시도한 여러 품종 중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결과 이제는 식물들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밀접하게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특히 적색 녹색 갈색 엽록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적색 녹색 갈색 식물이 각각 다른 시기에 다른 형태의 엽록체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엽록체가 같은 그룹에 속하는 청록색 박테리아들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83199sci―evolution―speci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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