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휠체어 장애인 "외출이 겁나요"

  • 입력 1999년 9월 5일 18시 45분


뇌성마비 1급인 박성현(朴成顯·32·서울 강남구 포이동)씨는 거의 매일 외출을 한다. 박씨가 자주 가는 곳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뇌성마비 연구소 ‘롬’.

평소 특수하게 개조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지만 부득이할 경우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박씨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란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일단 집에서 서울지하철 3호선 양재역까지 택시 타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와 같다. 택시가 다가왔다가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기 때문. 운이 나쁜 날은 1시간 이상 기다릴 때도 있다.

그래서 박씨는 약속시간보다 2시간 일찍 출발하는 게 습관화돼 있다. 양재역에 도착하면 장애인용 리프트를 타고 승강장까지 내려간다. 양재역은 고정식 리프트가 설치돼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승강장까지 내려가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는 편.

그러나 전철을 탈 때 문제가 생긴다. 전철과 승강장 사이가 넓어 휠체어 앞바퀴가 틈새로 빠져버리는 것. 이제 이런 일은 너무 익숙해져 주위 사람에게 ‘잠깐 휠체어를 들어달라’고 도움을 청하곤 한다.

방배역에 도착하면 더 큰 난관에 부닥친다. 리프트가 없기 때문.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시민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양평동의 뇌성마비연구소를 가기는 더 어렵다. 서울지하철 5호선 양평역 역시 리프트가 없는 데다 도움을 청할 시민들의 왕래도 한산하기 때문.

박씨는 “시민 10명 중 8명 정도는 도움을 요청하면 흔쾌히 응해줘 그나마 다행”이라며 “장애인이 누구의 도움 없이도 다닐 수 있는 시설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장애인을 위한 교통시설과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또 한두군데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다른 곳에 같은 시설이 없으면 연계가 안되기 때문에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벗장애인이동봉사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휠체어 장애인의 65%가 한달에 3번 이하 외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땅한 교통편이 없다는 이유다. 특히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의 경우 총 115개역 가운데 리프트를 설치한 곳은 35개로 30% 정도에 불과하다.

교통개발연구원 신연식박사는 “장애인이 버스를 타기 쉽도록 장치를 하고 지하철에도 리프트와 엘리베이터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며 “선진국처럼 장애인전용 교통수단을 도입토록 의무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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