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특수하게 개조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지만 부득이할 경우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박씨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란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일단 집에서 서울지하철 3호선 양재역까지 택시 타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와 같다. 택시가 다가왔다가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기 때문. 운이 나쁜 날은 1시간 이상 기다릴 때도 있다.
그래서 박씨는 약속시간보다 2시간 일찍 출발하는 게 습관화돼 있다. 양재역에 도착하면 장애인용 리프트를 타고 승강장까지 내려간다. 양재역은 고정식 리프트가 설치돼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승강장까지 내려가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는 편.
그러나 전철을 탈 때 문제가 생긴다. 전철과 승강장 사이가 넓어 휠체어 앞바퀴가 틈새로 빠져버리는 것. 이제 이런 일은 너무 익숙해져 주위 사람에게 ‘잠깐 휠체어를 들어달라’고 도움을 청하곤 한다.
방배역에 도착하면 더 큰 난관에 부닥친다. 리프트가 없기 때문.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시민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양평동의 뇌성마비연구소를 가기는 더 어렵다. 서울지하철 5호선 양평역 역시 리프트가 없는 데다 도움을 청할 시민들의 왕래도 한산하기 때문.
박씨는 “시민 10명 중 8명 정도는 도움을 요청하면 흔쾌히 응해줘 그나마 다행”이라며 “장애인이 누구의 도움 없이도 다닐 수 있는 시설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장애인을 위한 교통시설과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또 한두군데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다른 곳에 같은 시설이 없으면 연계가 안되기 때문에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벗장애인이동봉사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휠체어 장애인의 65%가 한달에 3번 이하 외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땅한 교통편이 없다는 이유다. 특히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의 경우 총 115개역 가운데 리프트를 설치한 곳은 35개로 30% 정도에 불과하다.
교통개발연구원 신연식박사는 “장애인이 버스를 타기 쉽도록 장치를 하고 지하철에도 리프트와 엘리베이터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며 “선진국처럼 장애인전용 교통수단을 도입토록 의무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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