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닥터/코]청정공기 공급하는 '에어필터'

  • 입력 1999년 8월 19일 20시 03분


“코가 크면 ‘그것’도 크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서양에도 널리 퍼진 속설. 의학적으론 전혀 근거없지만 서양인들도 큰 코를 ‘정력의 상징’으로 여긴다. 특히 콧등이 긴 코나 매부리코(로마인 코)가 인기.

코와 성기는 공통점이 많다. 남성 신체의 앞부분에 돌출된 기관은 두 가지 뿐이다. 또 성적으로 흥분하면 둘 다 ‘발기’한다. 코와 성기 모두 피가 가득 차고 부풀어 오르면서 민감해지는 것. 영국의 한 ‘부지런한 의사’는 성적 흥분기에 코의 온도가 섭씨 1∼3도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코가 크기와 관계없이 제기능을 할 경우 온몸이 건강해지는 것은 사실. 코는 호흡의 관문이므로 코가 나쁘면 머리가 흐려지고 컨디션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튀어나온 기관, 코

사람은 비교적 납작한 얼굴에 코가 튀어나온 유일한 동물. 왜 튀어나왔는지에 대해선 몇 가지 가설이 나와 있다.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인류가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춥고 건조한 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공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커졌다는 가설. 실제로 건조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다습한 지역의 주민보다 코가 높고 크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 튀어 나왔다는 가설도 그럴 듯.

또 코는 ‘소리울림 장치’이기 때문에 발성을 위해 진화했다는 가설도 있다. 일부에선 인류가 수중 생활 단계에서 자맥질할 때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코가 현재 모양을 하고 있다고 주장.

★코의 구조와 역할

코는 외비(外鼻) 비강(鼻腔) 부비동(副鼻洞)으로 이뤄져 있다.

외비는 코의 바깥부분으로 △비근(鼻根·코의 맨위) △콧등(여기서 코허리 또는 콧잔등은 콧등의 잘룩한 곳) △코끝(콧등의 맨밑) △코밑(콧구멍이 있는 코 밑바닥) △콧방울(또는 콧날개·코끝에서 좌우로 부푼 곳) 등으로 구분. 비강은 코 속을 말하며 부비동은 코 주변에 있는 네 쌍의 공기방.

비강과 부비동의 점막에선 하루 1ℓ의 콧물을 만들어 공기를 폐가 받아들이기 가장 좋은 상태로 만든다. 폐는 섭씨 35도, 습도 95%의 깨끗한 공기만을 요구하는데 코에서 1차로 걸러줘 콧속을 지날 무렵의 공기는 섭씨 32도, 습도 90% 정도가 된다.

점막에 있는 수 백만개의 섬모는 1분에 250회 정도 흔들리면서 콧물을 1분에 0.2㎝씩 밀어 목뒤로 흘려보낸다. 부비동은 외부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하고 목소리를 울리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코의 윗부분에 있는 작은 동전 크기의 세포대(細胞帶)에선 냄새맡는 기능을 한다. 세포수는 약 500만개. 개의 2억5000여만개보다 적지만 사람도 후각을 개발하면 수억 분의 1로 희석된 물질의 냄새를 맡을 정도.

한편 식도락가는 코를 ‘제1미각 기관’으로 부른다. 혀는 단순한 미각을 맡을 뿐이고 진정한 맛은 코를 통해 음식의 냄새를 맡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

★코 건강법

코는 건조한 공기를 싫어하므로 콧병이 없더라도 가습기 등으로 코를 늘 촉촉하게 유지하는게 좋다. 하루 한번 생리식염수로 씻어주면 ‘코 위생’에 좋다. 죽염이나 되직한 소금물로 씻으면 자극을 받아 오히려 해롭다. 콧물의 소금 농도가 0.9%이기 때문에 이와 가장 가까운 생리식염수가 좋다는 것.

가톨릭의대 부천 성모자애병원 이비인후과팀은 최근 ‘3% 소금물’로 씻는 것이 코에 더 좋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생리식염수는 코를 씻어내고 코를 냉각시켜 염증을 가라앉히지만 3% 소금물은 여기에다 섬모의 운동을 활성화시키는 구실까지 한다는 설명이다. 깨끗한 물 1ℓ에 소금 3차숫갈과 식용소다 1차숫갈을 넣어 만든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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