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여성건강특집]美女,「건강」으로 통한다

  • 입력 1999년 8월 12일 19시 27분


〈여성의 건강과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 조건과 유지방법은…. 또 각종 화장품과 건강 식품은 과연 어느 정도 효과적인가. 미용 생리 출산 성인병 및 건강 의약품에서부터 배우자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관련된 사안을 상 중 하 특집으로 묶어 소개한다.〉

미소짓는 얼굴, 하얗고 고른 치아, 반짝이는 머리칼, 윤기가 흐르는 피부, 근육이 적당히 붙어 있는 날씬한 몸.

건강 관련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사진속의 인물들은 어김없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건강한 동시에 아름다운 그들은 현대인들의 의식 혹은 무의식 속에서 건강이 아름다움과 동의어로 인식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건강과 아름다움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들고 나온 사람은 찰스 다윈과 함께 진화론을 발전시킨 알프레드 러셀 월러스였다. 다윈과 월러스는 수컷 새들의 깃털이 밝은 색을 띠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깃털의 색깔이 밝고 화려할수록 육식동물들의 눈을 피하기가 어려울텐데 굳이 밝은 색으로 진화한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다윈은 암컷들이 밝고 화려한 색깔의 수컷들을 원했던 것이 그 이유라고 생각했고 월러스는 밝고 화려한 색깔의 수컷들이 더 건강했기 때문에 암컷들이 그런 수컷들을 선택한 결과 수컷들이 밝은 색을 띠게 됐다고 생각했다.

과연 월러스의 생각이 옳은 것이었을까. 학자들은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인식되는 동물들이 정말로 더 건강한지에 대해 연구를 거듭했지만 결과는 일정하지 않았다. 더구나 인간들의 경우에는 건강과 아름다움의 관계에 대한 진화론적 가설을 검증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에는 일말의 진실이 깃들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버드 의대의 심리학 교수인 낸시 에트코프는 “건강이 좋지 않음을 나타내는 신체적 증상들을 보면 대부분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면서 “금이 가서 깨진 누런 치아나, 탈모현상을 일으킨 머리 같은 것들을 매력적이거나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문화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사추세츠대의 심리학 교수인 S 마이클 칼릭은 개개인을 따로 관찰해보면 가장 예쁜 사람이 가장 건강하다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칼릭 교수는 1930년대에 캘리포니아의 버클리와 오클랜드에서 시작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과 아름다움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병을 앓지 않은 사람들이 병약한 사람들보다 더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역사 교수인 엘리자베스 하이켄은 자기자신에게 만족할수록 더 건강하고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20세기초에 인기를 끌면서 건강과 아름다움의 관계가 더 굳어지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가능한 한 아름답게 꾸미는 것만큼 자신에 대한 만족감을 심어주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화장품 업계는 지금도 아름다움과 건강을 동일시하는 이미지를 동원해서 제품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 의대 피부과의 알버트 클리그만 박사에 따르면 화장품에 들어있는 비타민 무기물 약초 등은 피부의 건강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다. 함량이 너무 적은 데다 화장품 안에서 쉽게 분해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클리그만 박사는 또 너무 여러 가지 물질을 첨가한 화장품을 세심한 시험도 거치지 않은 채 대뜸 피부에 바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고 건강에 좋다는 여러 물질이 들어있는 화장품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건강(아름다움)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언젠가 건강해질 수 있다(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specials/women/061399hth―women―beaut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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