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핵개발 미국이 사실상 지원 의혹"

  • 입력 1999년 8월 9일 19시 21분


미국이 고속증식형 원자로와 핵물질을 일본에 수출하면서 아무런 제약 조건도 붙이지 않아 일본의 핵개발을 사실상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비영리 정책연구단체인 공공교육센터의 국가안보 뉴스서비스는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생각할 수 없는 가능성을 생각한다―일본은 핵폭탄을 배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주최한 국제회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국가안보 뉴스서비스를 대표한 기조발표에서 제프 모그 연구원은 “이제 일본이 핵무기 제조능력을 갖고 있느냐는 더 이상 의문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일본이 핵무기를 배치하기 위해 어떤 수순을 밟아가고 있느냐가 앞으로 매우 특별한 경계를 요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모그연구원은 일본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핵물질을 아무 제한없이 플루토늄으로 재처리하고 다른 국가에 이전할 수 있도록 허가한 88년 미일 정부간 협정을 일본 핵개발에 대한 미국의 대표적 지원사례로 지적했다.

그는 88년 2월29일 미 감사원 밀턴 휴스턴 부원장이 하원국제관계위원회 단트 패셜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협정은 미 원자력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으나 조지 부시 대통령이 협정 서명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핵물질 수출과 유럽국가들의 일본 원자로 연료 재처리는 “기존 핵무기 보유국들은 핵무기가 없는 국가들의 핵개발을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미국이 87년 일본에 수출한 고속증식형 원자로(FBR)는 안전하지 못하고 경제성도 없어 미국내에서 연구와 실험이 금지됐는 데도 1400만 달러를 받고 설계도와 부품들을 일본에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수입한 것은 이 증식로가 핵폭탄 원료가 되는 순수한 플루토늄을 좀더 많이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일본이 핵폭탄 제조 수순을 밟고 있다는 뚜렷한 정황증거”라고 주장했다. 당시 미 핵규제위원회(NRC)는 “너무 민감한 기술이어서 수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일본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최대 자금지원국인 일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사실상 감시를 포기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뉴스서비스에 따르면 일본은 현재 △핵무기 원료로 이상적인 약 500㎏의 금속성 플루토늄 △첨단 핵탄두의 원료가 되는 40㎏의 98% 순수 초고준위 플루토늄 △2만4100㎏의 저준위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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