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기/공영방송 자율성 살리려면

입력 1999-08-08 19:33수정 2009-09-2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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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텔레비전이 얼마전 방영했던 ‘생방송 심야토론’은 국회에서 마지막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에 관해 국민적 관심을 일깨울 만한 토론마당이었다. 이 토론에서 여야 국회의원간에 그리고 방송학자들 간에 일치된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방송법 개정을 미룰 수 없다” “공영방송인 KBS의 자율성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2월말 방송개혁위가 마련한 ‘방송개혁안’은 총론에서 볼 때 지금과 같은 문제투성이의 어중간한 ‘공민영’ 방송체계를 바꾸는 방향으로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통합방송위원회의 위상강화가 공영 방송의 자율성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방송개혁안을 바탕으로 여권이 마련한 방송법 개혁안에서 통합방송위는 방송사 인허가와 방송 규제 권한뿐만 아니라 방송에 관한 모든 정책 결정권, 더 나아가 KBS사장 추천권, 과반수 KBS이사 임명권,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권 등을 갖는 막강한 기구이다. 이렇게 막강해진 통합방송위 앞에 과연 KBS가 공영방송의 자율성을 견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통합방송위가 KBS사장 임명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KBS이사회 멤버의 과반수를 임명하게 될 때 KBS 집행임원들이 5,6공 시절처럼 청와대를 쳐다보는 대신 이젠 방송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방송자율성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면 통합방송위는 KBS의 예산집행은 물론 편성 제작, 심의 규제 등 모든 단계에 간여해 시청자들은 방송자율의 부고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권력이 ‘중앙집중의 소용돌이’로 몰리는 한국 정치문화에서 전혀 예측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영국의 BBC, 독일의 ZDF, 일본의 NHK처럼 경영위원회를 제안하고 싶다. 한 가지 방안은 통합 방송위가 경영위의 멤버 중 일부를 임명하여 방송체제의 통일성을 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컨대 통합방송위가 방송에 관한 큰 정책을 결정하고 방송 인허가권, 방송의 공적 규제권 등을 행사해 21세기 방송을 이끌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방송위의 위상강화가 공영방송의 자율성을 해치는 데까지 이르러서는 안될 것이다.

KBS는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으로 어떤 상업적 환경에서도 국가가 지향하고 추구해야 할 가치들을 담아내는 영상산업의 보루가 돼야 하고 국제적 영상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전략 산업체로 육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대표성을 갖는 경영위원회’에서 공영방송 KBS를 규제 감독하면서 예산집행의 적정성을 따져야 한다. 그리고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여타 상업방송과는 다르게,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는 공정보도와 대외적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의 교양 오락 프로그램들을 생산하도록 국민의 대표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도록 해야 한다.

김정기(한국외대 부총장·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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