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與+α 新黨說 전말]밤되자 한바탕 해프닝으로

  • 입력 1999년 7월 21일 02시 57분


여권의 신당창당설은 한마당 소극(笑劇)으로 끝났다. 20일 오전까지만 해도 기정사실화되던 신당창당설은 오후 들어 여권 고위관계자들의 엇갈린 진술로 혼선이 빚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날 밤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있은 자민련 수뇌부 회동 후 ‘낭설’로 결론이 났다.

○…이날 오전 신당창당설이 ‘정설’로 굳어지자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화를 내며 국무회의를 마친 뒤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직행, 자민련의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 강창희(姜昌熙)원내총무 구천서(具天書)의원들을 차례로 불러 격한 감정을 토로.

이어 김총리는 오후6시반 박태준(朴泰俊)총재를 비롯한 주요당직자들을 공관으로 소집, 밤 10시50분경까지 정국현안에 대해 논의. 김총리가 박총재에게 “당직자들과 충분히 논의해 결론을 전해달라”며 회의장을 떠난 뒤에도 당직자들은 밤 12시 무렵까지 난상토론을 계속.

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신당창당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 이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없었다는 것.

반면 연내 내각제개헌 여부에 대해서는 참석자들이 의견이 엇갈려 밤늦도록 토론을 벌였다는 후문.

자민련 총재단회의의 분위기가 전달되자 국민회의 등 여권 일각에서는 김총리가 21일 기자회견에서 신당창당설과 관련, “별일도 아닌데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는 결론을 내리면 박총재가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까지 대두.

○…박태준총재는 이날 오전엔 ‘8월 정계개편’을 공언했다 오후들어 수습에 나섰다. 박총재는 발언 직후인 이날 낮 청와대 녹지원에서 공동여당 광역의원 초청다과회가 끝난 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과 함께 대통령 관저에 올라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현안에 대해 논의.

이 자리에서 신당창당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었으나 박총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오늘 저녁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자민련 총재단회의에서 마무리를 짓겠다”고 말했다는 후문.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박총재가 김총리와 총재단이 있는 앞에서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며 “내일 김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연내 내각제개헌 포기의 불가피성은 얘기하겠지만 ‘신당 운운은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일축할 것”이라고 예고.

○…국민회의도 이날 오후 들어서면서부터 “뭔가 얘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당직자들이 곳곳에 진위를 확인하는 등 소동.

더구나 김대통령이 17일 김총리와의 워커힐 만찬회동 직후 내분에 휩싸인 자민련 상황을 걱정하면서 국민회의 지도부에 “(내각제 후속협상을 위한) 양당 8인위원회가 잘 운영되도록 노력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

당직자들은 “지금 자민련 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8인위원회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데 기름을 붓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신당창당 얘기를 어떻게 꺼내겠느냐”며 고개를 갸우뚱.

○…청와대는 DJP회동사실을 숨기다가 이날 오후 늦게 이를 공개하면서 김대통령의 조기입장 표명방침까지 밝히는 등 여권내 혼선을 주도.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 10시경 정례브리핑에서 DJP회동과 그 내용에 대한 질문을 쏟아지는데도 “청와대 오찬회동은 없었다. 더 이상은 아는 바가 없다”고 연막.

그는 “두 분은 수시로 만나서 국정에 관해 얘기할 수 있다”면서 “두분이 만나셨는지는 그런 얘기를 흘린 쪽에 가서 확인해보라”고 계속 언급을 회피.

그러나 이날 오후 5시경 박수석은 기자실로 내려와 “김대통령이 제헌절 연휴기간에 2박3일간 시내 모처에 머물며 김총리와 만났다”고 확인하고 “이 자리에서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지만 신당창당 합의설은 너무 앞선 것 같다”고 설명.

비슷한 시간에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8월초 김대통령이 내각제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아직 내각제문제도 안풀렸는데 17일 회동에서 신당창당에 합의할 수 있었겠느냐”며 신당창당 합의설을 부인.

이런 와중에 김총리가 신당창당설에 대해 격노했으며 총리공관에서 자민련 총재단회의를 긴급소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청와대는 이래저래 어수선하고 혼란스런 분위기.

〈송인수·정연욱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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