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책키북키」

  • 입력 1999년 5월 10일 19시 20분


한자 ‘冊(책)’은 대표적 상형문자 중의 하나이다. 오늘날의 책을 생각하면 ‘冊’자가 왜 상형문자인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대 중국인들이 종이를 발명하기전 대나무를 쪼개 구멍을 뚫어 묶은 후 그 위에 기록했음을 생각하면 상형문자임이 쉽게 납득된다. 서양에서도 책을 뜻하는 북(Book)이 역시 나무와 연관돼 있음은 흥미롭다. 고대 유럽의 튜튼족이 복(Bok)이라 부르던 너도밤나무의 얇은 판에 기록한데서 유래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문화관광부가 이달부터 연말까지 대대적인 독서 캠페인을 시작하며 만든 캐릭터의 명칭이 동서양의 책을 뜻하는 ‘책키북키’여서 관심을 모은다. 책과 북(Book)에 해결의 열쇠를 뜻하는 키(Key)를 덧붙였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영어식 표현인 게 아쉽기는 하나 요즘 청소년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로 보인다.

▽청소년을 겨냥해 독서운동 캐릭터를 만들어야 할 만큼 우리 청소년들의 독서실태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중학생 때는 그럭저럭 한 달에 3권쯤 읽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는 게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다. 일반성인은 더 한심해 0.8권에 불과하다. 일본성인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고등학생들이 책을 안읽는 이유는 입시와 컴퓨터게임 탓도 크지만 청소년을 유혹하는 TV프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성인들이 책을 멀리하는 가장 큰 원인은 TV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립적인 독서 프로는 TV 3사를 통틀어 KBS1TV가 일요일 그것도 새벽에 30분을 할애하고 있을 뿐이다. 연속극은 재방까지 하면서도 독서프로는 외면하는 게 우리 방송의 현주소다. 이쯤되면 ‘TV는 독서의 적’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책읽는 사회분위기 조성에 TV가 적극 나설 때는 언제인가.

〈임연철 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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