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김경일교수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입력 1999년 5월 7일 19시 40분


상명대 중어중문학과 김경일교수(41)는 며칠 전 낯모르는 부산의 한 교수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당신같은 사람이 교수를 하니까 교수들이 욕을 먹는 거요.”

에세이집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바다출판사)를 펴냈을 때 이미 각오는 한 일이었다. ‘유교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주자학 그 위대한 사기극’ ‘유교문화가 어떻게 나라를 망치는가’ ‘공자는 왜 거짓말을 했나’ ‘효도가 사람 잡는다’ ‘죽은 박정희가 다스리는 나라’…. 목차에 나열된 소제목을 훑어보기만 해도 분기탱천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터였다.

“의도적인 싸움걸기였죠. 한국 지식인들의 양비론적인 타이르기, 익명으로 숨어 도덕적 충고를 하는 자기 보신의 태도를 깨고 싶었습니다. 내가 먼저 선명하게 주장을 펴고 그에 따라 격렬한 찬반양론이 일어나기를 바랐어요.”

그가 목청 높여 주장하는 것은 ‘문화갈이’. 한국인의 기층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장유유서’ ‘군사부일체’ 등의 유교적 이데올로기를 갈아치우자는 주장이다. 유교 때문에 우리 사회가 시민사회로 성숙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사람을 성인 군자와 소인배로 양분하는 공자의 가르침 때문에 한국사회에서는 상식적인 중산층이 설 자리가 없어졌습니다. 남들 볼 때는 성인군자인 척 하다가 보는 눈이 없으면 무단횡단도 촌지봉투 내밀기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소인배가 되지 않았습니까.”

김교수는 대만 중국 일본에서 오래 연구한 고대문자와 갑골문자 전문가. 열 살 때부터 붓글씨와 천자문 명심보감을 배웠고 박사과정을 이수할 때까지만 해도 유교가 최고의 가치라고 믿었다. 그래서 자신의 문제제기는 “자기해체로부터 출발했다”고 강조한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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