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유전 희귀사례 발견…O형-AB형 부모 딸이 O형

  • 입력 1999년 4월 29일 07시 15분


혈액형이 O형인 아버지와 AB형인 어머니사이에서 상식적으로는 ‘나올 수 없는’ O형의 어린이가 태어나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매우 희귀한 사례로 알려졌다.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이정빈(李正彬)교수는 28일 AB형인 엄마(서울 관악구)와 O형인 아빠, O형인 딸의 유전자배열을 정밀조사한 결과 딸이 상식적으로는 이들 부부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O형의 혈액형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의 유전자 특성은 같은 것으로 증명돼 친딸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혈액검사 ▼

일반적으로 AB형과 O형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A형 또는 B형이다. 그러나 이 아이의 혈액형은 O형.

이교수는 지난 5개월간 27가지에 이르는 첨단 유전자 감정을 통해 부모와 아기간의 혈액 확인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조씨 부부와 딸의 유전자특성이 어떤 경우에도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교수는 “조씨 부부의 혈액 유전자형이 조합돼 딸에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엉뚱한 혈액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친자확인 ▼

조씨 부부는 지난해 10월 딸이 O형이라는 혈액검사결과를 통보받고 딸을 낳은 서울 S종합병원에 찾아가 출산 직후 아이가 바뀌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했다. 바뀌지 않았음을 확인한 뒤 이정빈교수에게 유전자감정을 의뢰했다.

▼학계 의견 ▼

그동안 국내 학계에 이와 비슷한 ‘시스AB형’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다. 그러나 이번 케이스는 이와 다른 것으로 밝혀져 일종의 돌연변이로 보고 있다.

시스AB형이란 AB형의 부모중 어느 한 쪽으로부터만 AB형의 혈액유전자를 받아 형성된 특이한 혈액형. 조씨 부부의 경우 시스AB형으로 인한 혈액유전이 아니라는 사실은 두 자녀의 혈액형을 통해 확인됐다. 즉 자녀중 한 사람이 O형이므로 엄마가 시스AB형일 경우 O형인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나머지 자녀는 AB형이나 O형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씨의 경우는 다른 한 자녀가 A형이었다.

연세대의대 임상병리학과 김현옥(金賢玉)교수는 “ABO식 혈액형 검사 결과가 친자 확인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이번 사례를 통해 설득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