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이정빈(李正彬)교수는 28일 AB형인 엄마(서울 관악구)와 O형인 아빠, O형인 딸의 유전자배열을 정밀조사한 결과 딸이 상식적으로는 이들 부부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O형의 혈액형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의 유전자 특성은 같은 것으로 증명돼 친딸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혈액검사 ▼
일반적으로 AB형과 O형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A형 또는 B형이다. 그러나 이 아이의 혈액형은 O형.
이교수는 지난 5개월간 27가지에 이르는 첨단 유전자 감정을 통해 부모와 아기간의 혈액 확인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조씨 부부와 딸의 유전자특성이 어떤 경우에도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교수는 “조씨 부부의 혈액 유전자형이 조합돼 딸에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엉뚱한 혈액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친자확인 ▼
조씨 부부는 지난해 10월 딸이 O형이라는 혈액검사결과를 통보받고 딸을 낳은 서울 S종합병원에 찾아가 출산 직후 아이가 바뀌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했다. 바뀌지 않았음을 확인한 뒤 이정빈교수에게 유전자감정을 의뢰했다.
▼학계 의견 ▼
그동안 국내 학계에 이와 비슷한 ‘시스AB형’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다. 그러나 이번 케이스는 이와 다른 것으로 밝혀져 일종의 돌연변이로 보고 있다.
시스AB형이란 AB형의 부모중 어느 한 쪽으로부터만 AB형의 혈액유전자를 받아 형성된 특이한 혈액형. 조씨 부부의 경우 시스AB형으로 인한 혈액유전이 아니라는 사실은 두 자녀의 혈액형을 통해 확인됐다. 즉 자녀중 한 사람이 O형이므로 엄마가 시스AB형일 경우 O형인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나머지 자녀는 AB형이나 O형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씨의 경우는 다른 한 자녀가 A형이었다.
연세대의대 임상병리학과 김현옥(金賢玉)교수는 “ABO식 혈액형 검사 결과가 친자 확인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이번 사례를 통해 설득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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