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일회용품 사용제한

  • 입력 1999년 2월 2일 19시 28분


미국의 몇몇 우체국들은 소포 안에 넣는 충격완화재로 팝콘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 합성수지로 된 것이 환경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팝콘에는 버터나 소금을 넣지 않는다. 독일 BMW사는 20분 안에 완전 분해가 가능한 새 자동차 모델을 내놓았다. 폐차시 부품을 손쉽게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모두 환경보호를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원칙은 하나다. ‘사용할 때보다 버릴 때를 먼저 생각한다.’

▽우리 생활에서 일회용품은 편리함에 익숙한 나머지 ‘버린 다음’의 일을 등한시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나눠 주는 비닐봉지와 쇼핑백의 폐해는 심각하다. 일부 재사용하기도 하지만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 봉지들은 소각처리 과정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다이옥신을 배출하고 매립해도 수백년 동안 썩지 않는 골칫거리다.

▽비닐봉지를 포함해 종이컵 나무젓가락 등 일회용품 사용을 대폭 제한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94년 이후 시행하고 있는 일회용품 억제정책은 전까지 ‘자제를 권고하는’ 선이었지만 이달 중순부터는 ‘무상제공을 억제하는’수준으로 한단계 강도가 높아진다. 상인측이 무료로 제공해온 쇼핑백을 소비자로 하여금 돈을 주고 사게 한 것이다. ‘사용금지’에 버금가는 조치다.

▽소비자들은 당분간 짜증스러울 것이다. 쇼핑백을 사지 않으려면 장바구니를 소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쇼핑 때마다 환경인식을 새롭게 하는 부수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만약 백화점측이 소비자를 위한다며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쇼핑백을 팔면 어찌할 것인가. 이를 제지할 뾰족한 방법도 없다. 결국 각자의 실천의지가 성공의 관건인 셈이다.

홍찬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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