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성태/軍 심기일전에 국민애정 필요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의 군기문란, 적 경비병들과의 접촉, 김훈중위 사망사건 등은 비록 우리 군의 통제권 밖이라고는 하지만 실로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며 군기강은 물론 대적관(對敵觀)확립 차원에서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최근 잇따라 터진 간첩선 침투사건, 나이키탄 오발사고, 불발탄 폭발사고, 조명탄 사고 등 일련의 사건 사고 또한 우리 군의 작전 태세와 군기강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다. 군은 깊은 자성과 함께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심기일전해 군의 기강과 위상을 새롭게 확립하고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 깊은 자성-개혁 서둘때 ▼

이런 견지에서 며칠전 국방부에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각개 사건 사안별로 전문가를 총동원해 원인과 문제점을 찾아내고 보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방부는 조속히 진상을 철저히 파악한 후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려 엄정한 군기강을 확립해 앞으로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군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군기강 확립이다. 그러나 여기에 간과해서 안될 것은 ‘군기강 확립’이란 것이 군의 과거 빗나간 정치행적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결코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체로 군기강이라 하면 늠름한 부동자세, 우렁찬 경례 구호와 얼차려 등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껍데기일 뿐 보다 중요한 내면적 기강의 핵심은 ‘상명하복과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정신자세’라는 점이며 때문에 ‘군기강 확립’의 첩경은 곧 ‘완벽한 전투태세의 확립’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군 본연의 소명이요 군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급 지휘관을 중심으로 굳게 뭉쳐 오직 부여된 작전임무 완수를 위해 ‘전투위주로 사고하고 준비하고 훈련’할 때 전투력 향상도, 군기강 확립도 문제없이 달성될 수 있다고 확신하며 이럴 경우 온 국민이 기대하는 ‘정예 강군’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아울러 이것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펼치는‘포용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자(孫子)는‘일찍이 적이 공격해 오지 않을 것을 믿지 말고 나에게 적이 공격할 수 없는 대비가 되어 있음을 믿으라’고 했다. 앞으로 24시간 후에 전쟁이 발발한다고 했을 때, 또한 앞으로 1시간 후에 내 책임지역 내에 간첩이, 간첩선이 출현한다고 했을 때 전혀 당황함이 없이 부대내 전 장병이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되고 훈련되어 있는가 항상 자문 자답해 볼 일이다.

교육 훈련이나 부대관리가 전시행정 위주, 실적 위주로 형식에 흐를 경우 부하들은 상관을 신뢰하지 않고 딴전을 부리며 기강을 흐뜨려 전투력 향상은커녕 악성사고만 일으킨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스레 되새겨 보아야 한다.

다음은 군에 대한 우리 국민 모두의 애정과 신뢰다. 창군 50년사에 군은 잘한 일도 많았지만 잘못한 일도 결코 적지 않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근년에 들어와서도 군은 병무비리, 무기도입 시행착오,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 등 실로 개탄스러운 숱한 과오를 범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예비역의 한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군이 깊은 자성과 함께 이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듣고 있다. 그러나 노력한다는 자체만으로 과오를 용서받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또 그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잘 될 수 있는 일도 아니기에 송구스러움과 안타까움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군에 몸 담았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미흡한 군이나마 우리 모두가 아끼고 신뢰를 주어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워 주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 장병격려 의욕 살려야 ▼

사건 사고만 나면 수습 명분하에 능력있는 지휘관을 사건의 본질과 옥석의 구분없이 지휘책임을 물어 처벌하고 특정인사나 부서, 특정사안 등 일부에 한정된 편린까지도 마치 전체 군의 기강이 무너진 것처럼, 부패한 것처럼 힐책해선 안된다. 그럴때 열악한 여건 속에서 정말 심신을 바쳐가며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의 군 장병들은 그야말로 의욕을 잃고 직업 군인들은 군복을 벗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갈등을 겪게 된다.

‘천하가 아무리 태평해도 전쟁을 잊으면 위태롭다’는 중국의 금언이 있다. 우리군 장병들이 심기일전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의 따뜻한 애정과 신뢰를 부탁드리고 싶다.

조성태(전2군사령관·예비역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