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사람·문화/인사동]살아있는 「거리 박물관」

  • 입력 1998년 11월 26일 19시 39분


《때로는 한국적인 것이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먹고 마시는 것이 대부분 서구화된 탓인 듯. 연인이나 가족과 뭔가 색다른 분위기를 찾고 싶다면 ‘살아있는 거리의 박물관’ 서울 종로구 인사동으로 가보자. 색다른 ‘이벤트’로 기억될 수 있다.》

▼인사동 사람들

이곳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스펙트럼을 이룬다. 누구나 부담없이 찾을 수 있다는 얘기. 주말에는 아이들 손 잡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눈에 많이 띈다.주부 이민아씨(34·서울 마포구 도화동)는 “일요일에는 거리에서 도자기를 만들거나 떡 메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한다.

일요일 오전10시∼밤10시는 차 없는 거리. 특히 오후2∼6시에는 거리가 인파로 메워진다. 일요일 하루 7만여명이 찾아오는 것으로 추산. 평일 저녁에는 대학생과 직장인이 눈에 띈다. 특히 종로2가 종로서적 주변에서 놀다 넘어오는 젊은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이 지긋한 분들도 많이 오기 때문에 20대의 ‘끼리끼리’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샤인’이라는 커피숍을 운영하는 송선희씨(34·여)는 “처음에는 강남의 카페처럼 탁트인 공간을 만들었는데 젊은 남녀가 나이 든 손님들과 담배를 피우는 걸 부담스러워 해 화분으로 막아 놓았다”고 설명.

하교길 중고생들은 거리에서 파는 액세서리를 사러 오고 갤러리들이 일제히 전시회를 갖는 수요일에는 화가와 미술대생 등으로 북적.

수학여행 온 일본 중고생 등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 사진갤러리와 찻집을 겸하는 ‘사진있는 마당’의 박영신씨(30·여)는 “외국인이 달러로 작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외국인을 위한 관광안내소 환전소 공중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없는 것은 문제점.

▼문화의 변화

인사동은 원래 ‘통문관’을 비롯한 고서적전문점과 골동품가게의 거리. 70년대 후반부터 미술품이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화랑가로 변모했으나 90년대 들어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사양길. 경제난이 겹치면서 올들어 경기가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해 ‘차 없는 거리’ 실시 이후 주력상품이 미술품에서 대중상품으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화랑경기가 실종되자 상인들은 길가에 팬시상품과 중국산 동남아산 액세서리 등으로 ‘먹고 살 길’을 찾기 시작. 최근에는 화랑 자리에 개량한복을 파는 ‘우리옷집’이 많이 들어선 것이 특징.

경인미술관 마당의 야외찻집 경인다원, 새마을호의 좌석을 그대로 들여와 ‘기차카페’로 만든 ‘오 자네왔는가’, 재즈와 록음악을 틀면서 병맥주와 와인을 파는 카페 ‘산타페’ 등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의 찻집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런 문화의 퓨전현상에 대해 ‘인사 전통문화보존회’ 부회장 김준석씨(50)는 “인사동 고유의 색깔이 흐려질까 우려된다”며 섭섭해하기도.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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