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학」주연 명세빈 『강단도 제법 있어요』

  • 입력 1998년 11월 24일 19시 49분


‘울먹이는 사슴.’

좀 오래된 가락이지만 명세빈(22)은 그렇게 생겼다. 가까이서 보면 청순가련을 넘어 ‘청승’에 가까운 이미지다.

“요즘 어떠냐”는 질문에 “너무 힘들어 시집이나 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하는 풋내기 여대생(동덕여대 의상디자인과 4년 휴학중). 그런데 명세빈은 그 덕분에 떴다. 육감 도발 뇌쇄 팜파탈(요부)의 이미지가 ‘목까지 차오른’ 방송가에 들국화같은 명세빈은 신선했다. 96년 하교길에 아이쇼핑하다 “맑아보인다”며 접근한 뮤직비디오감독에게 발탁돼 신승훈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KBS 드라마 ‘순수’에는 신인발굴의 귀재 윤석호PD가 “너 순수해보인다”며 출연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 명세빈이 청승 내숭 그 자체인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백혈병 환자로 출연했던 초콜릿 CF. 여배우가 머리를 빡빡 깎는 것이 어디 보통일인가. 최근 단점인 뾰족한 송곳니를 감추려고 치열교정을 했다가 “어금니를 빼야지 제대로 교정이 되겠다”는 매니저의 말에 이틀만에 치과로 갔단다. 최근 두번째 주연을 맡은 KBS주말극 ‘종이학’에서 명세빈은 공주처럼 살다가 집안이 몰락하자 자수성가하면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좌절하는, 이전보다 감정의 스펙트럼이 다층화된 캐릭터를 맡고 있다.

“사실 ‘순수’에서는 대사도 별로 없었어요. ‘종이학’에서는 많은 대사를, 그것도 밝게 소화하려다보니 일단 감성을 들뜬 상태로 만들고 있어요. 록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고함을 지른다든지 말이죠. 저 그렇게 청승도 아니고 일에 대해서는 ‘강단’도 있는데 이미지가 그렇게 고정돼서 참….”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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