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의혹 北속셈?]「모호성 전략」 對美협상 새카드로

입력 1998-11-20 19:19수정 2009-09-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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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평북 금창리에 짓고 있는 지하시설이 핵시설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데도 왜 현장조사를 거부하고 있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자존심과 내정간섭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핵시설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현장 사찰을 하겠다고 우기는 것은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내정간섭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곧 보상논리로 이어진다. “보여주긴 하되 만약 핵시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그동안 의심하고 비방한 데 대해 보상하라”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현장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의 시설이 실제로 핵과 관련된 시설일 수도 있거나 아니면 다른 전략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관계자들은 금창리 지하시설이 북한에 또 하나의 카드가 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의도했든 안했든 이 지하시설을 놓고 북한과 미국은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 보기에 따라서는 상황이 북핵위기가 고조됐던 93,94년 상황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는 감마저 없지 않다.

북한은 핵에 관한한 이른바 ‘모호성의 전략’을 교과서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모호성의 전략’이란 핵시설 또는 핵무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끝까지 분명하게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얻어내는 핵전략을 말한다.

북한이 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면 미국은 금창리 지하시설이 핵시설이라는 분명한 증거를 들이대거나, 아니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강제할 능력과 의지가 있어야만 대응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이 쳐놓은 ‘핵의 덫’에 또 빠질 우려가 있다. 미국이 지하시설의 위험성을 크게 보고 떠들면 떠들수록 시설 제거나 현장조사의 대가로 북에 지불해야 할 비용은 커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런 전략적 코스를 이미 상정하고 미국과 또 한차례 핵게임을 벌이려고 하는 것인지 아직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 또는 한국이 그 위험성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고 과잉대응할 경우 사태는 이런 코스로 흘러가면서 한반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호기자〉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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