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물 있는 달」 우주기지 설치 『파란불』

  • 입력 1998년 10월 6일 20시 01분


‘달이 인간이 살 수 있는 제2의 천체가 될 것인가.’

황량하고 건조한 사막으로 알려졌던 달에서 ‘물’이 발견되면서 달 개발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 더구나 물의 양이 생각보다 엄청나다는 분석 결과가 최근 발표되자 달에 우주기지를 만들려는 계획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마지막 유인 달탐사선인 아폴로 17호가 발사된 72년 이후 달은 사실상 미국 우주 계획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착륙하는 모습이 전세계에 TV로 중계된데다 인간이 직접 달의 표본까지 가져와 연구를 벌였기 때문.

화성을 비롯, 인간이 아직 밟아보지 못한 천체로 관심의 촛점이 옮겨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올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야심작 마스 패스파인더가 화성 표면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오면서 지구의 관심은 온통 화성인의 존재 여부에 집중되기도 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은 올해 1월 발사된 달 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가 달의 극(極)지방에 얼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구에 전해오면서부터. 더구나 최근 루나 프로스펙터가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얼음의 양이 당초 예상의 10배인 1백억t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학계는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지구 밖의 천체에서 물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물의 존재는 인간이 장기간 체류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

물은 우선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음료수의 역할을 한다. 물이 없는 천체에서 장기간 생존하려면 우주선으로 물을 정기적으로 공급하거나 화학적으로‘만드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기술적인 문제는 둘째고 비용 문제가 엄청나다.

물이 수소와 산소의 결합으로 이뤄진 것도 중요한 점. 물을 산소와 수소로 나눌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물을 분해해 인간의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얻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 수소를 이용, 로켓 추진 연료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 달을 더 먼 천체로 날아가기 위한 전초기지로 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달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라는 점도 ‘달 우선론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인. NASA측은 화성으로 여행한다면 3년동안 아무런 고장이나 정비없이 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달탐사 일지▼

인간의 달 탐사 일지는 주로 미국이 써내려갔다.

달 개발이 처음 추진된 것은 60년대. 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달에는 미국이 먼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달 착륙 계획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미국은 냉전 이후 우주개발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소련에 뒤졌다는 컴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1호를 쏘아올린 데다 지구 궤도에 인간을 처음 올려보냈기 때문. 미국의 적극적인 달 탐사 계획은 이런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이뤄졌다.

60년대초 미국의 머큐리 계획과 60년대 중반의 제미니 계획은 우주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한 각종 임무를 수행했다. △장기간 우주비행 △우주 유영(游泳) △랑데뷰와 도킹 기술 등이 바로 그것.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레인저 계획과 서베이어 계획은 달에 가까이 접근, 달 표면의 사진을 찍고 그 성분을 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또 루나 오비터는 낮은 고도에서 달 전체의 사진을 찍어 아폴로의 착륙 포인트를 찾아내는 역할을 했다.

본격적인 달 착륙 계획인 아폴로 계획은 비극으로 시작했다. 발사 대기중이던 아폴로 1호에 불이 나면서 3명의 우주인이 희생된 것.

이후 68년과 69년 사이에 아폴로 7∼10호는 달 착륙을 위한 최종 연습 단계의 실험을 벌였다. 인간을 태운 채 착륙 직전까지 달에 접근하고 지구상에서 모의 착륙 연습이 벌어진 것도 이때.

10여년간 노력끝에 아폴로11호가 69년 7월20일 인간을 태운 채 드디어 달 착륙에 성공했다. TV로 중계된 장면을 보며 지구인들은 감격의 환호성을 질렀다. 우주 탐사의 역사가 새로 쓰여지는 순간이었다.

아폴로11호 이후에도 17호까지 여러 차례 달 착륙이 이뤄졌다. 이들은 달의 표면 물질을 직접 지구로 가져와 달 탄생의 비밀 등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 72년 발사된 아폴로 17호를 마지막으로 최근까지 달은 예산상의 이유등으로 탐사 대상에서 거의 제외됐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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