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大野小 이후

  • 입력 1998년 9월 8일 18시 37분


연립여당이 마침내 국회 과반의석을 돌파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의석구도가 명실상부한 여대야소(與大野小)로 뒤바뀐 것이다. 여권의 다분히 인위적인 한나라당 의원 개별영입과 국민신당 통합이 변화를 가져왔다. 그 과정은 정당정치의 틀을 훼손하며 ‘야당파괴’ 시비와 ‘뒷거래’ 잡음을 낳았다. 그럼에도 여권은 의원영입을 계속해 모든 상임위의 안정의석인 1백60석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기세다. 정치권 사정(司正)과도 맞물리며 정국이 한층 긴박해질 것같다.

그동안 여권은 거대야당에 발목이 잡혀 국정수행과 개혁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그런 전제에서 여권은 정국안정과 순조로운 개혁추진을 내세우며 정계개편을 강행해 왔다. 이제 여권은 정국주도권을 쥐고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국민회의는 단독 개헌저지선을 확보해 내년의 개헌정국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그런만큼 정국운영에 대한 여권의 책임 또한 무거워졌다. 거대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식의 책임전가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여권이 내건 정국안정과 개혁추진은 또다른 저항에 이미 부닥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내에 ‘야당파괴 저지 특위’를 구성해 정계개편과 정치인 사정에 강경하게 대처하고 나섰다. 가파른 여야대치 속에 정국이 불안해질 것이 뻔하다. 개혁입법안을 포함한 2백70여개 법안을 처리해야 할 정기국회도 순항하기 어려울 것같다. 게다가 국민회의의 개헌저지선 확보는 중장기적으로 자민련과의 갈등을 표면화시킬 소지도 있다.

여권은 그런 저항과 장애를 소화하며 정치안정과 개혁을 동시에 실현해야 하는 지난(至難)한 과제를 안고 있다. 안정과 개혁을 함께 이루기란 결코 쉽지 않다. 개혁 중에서도 정치개혁이 최대현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과반의석은 수단의 하나일 뿐 그것이 곧바로 안정과 개혁의 동시실현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여권이 의석수만 믿고 독주하려 한다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거대여당의 독주가 소수야당의 극한투쟁을 낳고 끝내는 파국을 부른 경험이 우리에게는 얼마든지 있다. 여권은 설득력 있는 개혁 프로그램과 비상한 정치력으로 이 국면을 풀어 나가야 한다.

한나라당의 피해의식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당내에서 거론되는 정기국회 거부 같은 강경대응은 명분이 약하다. 국세청의 대선자금 모금에 대해서까지 수사에 불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원내 제1당이다.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이번에 잃은 의석수도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이 인위적으로 늘린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약속한 ‘책임야당’의 면모를 차제에 보여주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