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勞使 함께 사는 길

  • 입력 1998년 1월 14일 19시 42분


노사정(勞使政)협의체 구성문제가 타결된 것을 환영한다. 노동계는 그간의 입장을 바꾸어 국민 대타협을 위한 노사정협의에 참여하기로 국민회의와 극적으로 합의했다. 참으로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모든 경제주체의 동참 속에 국가경제를 위기에서 구하고 재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노동계의 결정은 재벌의 개혁다짐이 있은 직후 이루어졌다. 재벌총수들이 자기재산을 기업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것은 책임경영으로 기업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뜻이다. 이 약속이 성실하게 이행된다면 앞으로는 기업이 망해도 기업주는 살아 남는 모순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노동계의 결단이 그에 대한 화답이라면 그것으로 노사정간에 이미 고통분담을 위한 공감과 상호신뢰가 싹튼 셈이다. 협의동참을 결정한 이상 농성집회 등 투쟁계획도 철회되리라 기대한다. 국민회의와 노동계의 1차 합의문은 금융산업 고용조정법안을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 결정한 뒤 국회에서 처리한다는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협의를 시작하는 마당이라면 굳이 의제를 국한할 이유가 없다. 정리해고제의 전면도입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입법을 포함해 실업자 생활지원대책을 폭넓게 협의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는 강도 높고 다급하다. 그들의 요구는 한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을 회복하려면 산업전반의 구조를 반드시 조정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리해고제 도입 등으로 구조조정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IMF의 이같은 권고를 거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모두가 함께 망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급한 것은 대외신용을 회복하고 산업기반을 방어하는 것이다. 일부 희생이 마음아파 구조조정을 늦추다가는 외화확보가 어려울 것은 물론 기업이 망해 모두가 일자리를 잃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다. 보다 무서운 것은 정리해고로 인한 희생이 아니라 그보다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도산실업이다. 국가부도위기를 불러들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노사정은 이미 대립적 상대가 아니다. 누가 더 양보하고 누가 더 얻고가 없다. 함께 고통을 나누며 기업이 쓰러지는 것을 막는 것이 지상명제다. 더구나 아직은 외환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시점이다. 단기외채를 장기채로 바꾸는 협상에서 외국은행들이 고자세인 것은 우리의 신용이 약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높은 고정금리가 그대로 확정된다면 몇백억달러를 고스란히 손해본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도 사태를 보다 넓게 보고 노사정 대타협을 반드시 그리고 빨리 이루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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