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MF 무풍지대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29분


공동체란 한마디로 ‘같은 배를 탄 공동운명체’다. 파도가 잔잔하면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항해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다 거친 풍랑을 만나거나 배가 좌초하면 힘을 합쳐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배가 순항할 때는 각자가 자유롭게 행동하되 비상상황이 되면 행동을 통일하는 것이 구성원들의 첫째 의무인 것이다. 작게는 가정과 마을 직장, 크게는 지역사회나 국가에 이르기까지 어느 공동체에나 기본규범이 있게 마련이다. 그 바탕이 되는 공동체의식은 평상시에는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위기에 처하면 금세 절실해진다. 그러나 본보 취재팀이 잠입르포(4일자 23면)한 서울 강남의 한 고급 나이트클럽 현장은 공동체의식이 실종된 무풍지대였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하에서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하루라도 빨리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지 않은가. 강남의 무풍지대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애쓰는 그 많은 국민을 허탈감에 빠지게 만든다. 고급 승용차와 외제 스포츠카를 줄줄이 타고 와 값비싼 양주를 물 마셔대듯하고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대는 그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젊은이들인가. 겨울방학이 시작된 뒤에는 해외유학파까지 가세해 외국인처럼 환차익을 즐긴다니 온 국민의 고통 따위는 아랑곳없는 것같다. 그냥 철없는 젊은이들로 보아 넘기기에는 너무 지나치다. 자녀들을 이렇게 방치하는 일부 부유층도 한심하다. 남이야 흥청망청 쓰건 말건 내돈 내가 쓰는데 무슨 잔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이래서는 안된다. 있는 사람이 고통을 함께 해야 허리띠 졸라매기는 성공할 수 있다. 배가 가라앉으면 그들도 온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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