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철도건널목 조심조심 또 조심

  • 입력 1997년 10월 16일 07시 43분


96년 5월31일 미국 캔자스주 오사와토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르막 비포장도로를 승용차가 달리고 있었다. 오르막길을 오르자 철도건널목이 나타났고 별다른 안전신호가 없는 이곳을 이 승용차는 무심코 건넜다. 그 순간 왼쪽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화물열차와 충돌, 5㎞를 끌려간 이 승용차는 차모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버렸다. 또 차에 타고 있던 4명 중 3명은 숨지고 1명은 골반과 안면골격을 심하게 다쳐 불구가 됐다. 사고직후 캔자스주정부는 이 건널목에 대한 폐쇄조치를 내렸다. 미국에서도 열차건널목사고는 심각한 문제다. 11번 중 한번은 사망사고로 연결되고 자동차간 충돌보다 무려 30여배나 사망확률이 높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특히 열차의 성능이 점점 나아지면서 열차와 승용차와의 충돌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미국 전역에 있는 28만여개의 철도와 도로 평면교차로에서는 90분에 한번꼴로 승용차와 열차간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94년에는 6백여명이 사망했으며 1천9백여명이 부상했다. 대부분의 사고가 인재(人災)라고 판단한 교통당국은 △평면교차로의 입체화 △불필요한 교차로 폐쇄 △교차로에 대한 교통안전시설확충 및 자동경보시스템도입 등으로 철도건널목 사고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한해 4만여곳에 이르는 평면교차로의 입체화작업을 마쳤다. 또 도시지역에서는 1마일내에 네개 이상의 교차로, 시골지역은 1마일에 한개 이상의 교차로가 있을 경우 △사고빈발지역 △수직으로 교차하지 않고 비스듬히 교차하는 교차로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은 사유교차로 △사유교차로중 개선능력이 없는 곳 등을 교차로 폐쇄 대상으로 지정했다. 연방정부도 최근 법령을 발표, 열차 속도가 80∼1백10마일(1백29∼1백77㎞)을 기록하는 교차로는 폐쇄 또는 입체화하거나 항시 사고를 감시할 수 있는 자동경보장치의 설립을 의무화했다. 또 1백10∼1백25마일(1백77∼2백1㎞)로 달리는 교차로는 차량의 진입을 막아주는 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1백25마일 이상의 경우는 평면교차로 설치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영국 런던 서쪽에 위치한 워킹엄 지방정부는 건널목에 설치된 차단기에 안전그물을 설치해 이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효과를 거둔 경우다. 이는 차단기를 내린 뒤에도 좌우를 살펴 열차가 오지 않을 경우 우회해 건널목을 통과하거나 차단기 아래로 지나가는 차량들이 많았기 때문에 취한 조치. 미국 텍사스주 교통국 댈러스지사의 덱스터 홀러바우는 『교차로 입체화, 자동경고시스템 도입, 불필요한 교차로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한 결과 80년대말 1천48건에 이르던 사고를 3백17건으로 줄이는데 성공했으며 사망자수도 88명에서 45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생명구조협회와 미 연방교통부가 「언제 어디서나 기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하자」라는 대형 교통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운전자들의 의식변화라고 강조했다. 〈텍사스(미국)·워킹엄(영국)〓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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