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도]솔직한 얼굴, 천하태평 「맨몸의 나라」

  • 입력 1997년 10월 9일 08시 03분


인도의 얼굴은 화장기가 없다. 둥글다. 늙은 호박처럼 선(線)이 부드럽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사람들의 웃음은 아이들 같다. 천진난만하다. 남자나 여자나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꾸밈이 없다. 그래서 때론 「갓난 송아지가 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듯」 무심하다. 태어남도 죽음도 이들에겐 삶의 일부일뿐 그렇게 요란스럽게 호들갑 떨일도 아니다. 인도는 한없이 넓다. 평생을 돌아다녀도 인도는 손에 잡힐듯 하다가 금세 사라진다. 안개다. 신기루다. 도대체 인도는 어디에 있는가. 인도사람들 얼굴에 바로 인도가 있다. 도시사람들보다 시골사람들 얼굴에 인도는 더 녹아 있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든 사람들의 얼굴에 더욱 인도가 담겨 있다. 독일 하노버에 사는 브라운(60)부부. 지난달 인도 델리를 시작으로 6개월간 인도전역을 여행하고 있다. 휴가때마다 세계 곳곳을 누빈 여행광이지만 인도는 초행. 그는 『처음 인도에 왔을 때 더러운 도로에 그대로 누워자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속에 녹아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도야말로 가장 솔직한 땅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에일린(40). 그녀는 5년전 남편과 함께 인도에 왔다 갔다가 지난 6월 다시 딸(11)과 함께 뭄바이(옛 봄베이)로 왔다.1년간 장기 체류 일정. 컴퓨터 소프트 회사 사장인 남편도 곧 합류한다. 그녀는 『정신과 몸의 합일을 강조하는 요가는 내가 해 본 어떤 운동보다 매력적』이라며 『특히 가난하지만 친절하고 행복한 인도사람들 표정을 보면 마음이 한없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매년 인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2백만명. 70%가 미국 유럽 사람들이고 20%가 일본인들이다. 왜 그들은 불편하고 더럽고 가난한 인도로 향하는 것일까. 인도여행 전문가 정창권씨(「우리는 지금 인도로 간다」의 저자)는 『역설적이지만 이같은 인도의 자연스러움이 포장문화에 익숙해진 오늘의 현대인들을 매혹시키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남의 불행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인간심리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 인도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길가에 널브러진 행려병자의 싸늘한 시체들, 수많은 장애인과 거지들, 천막 한장에 대여섯 식구가 엉겨 살아가는 모습, 길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큰일을 보는 부부…. 『뭐든 볼테면 마음대로 보고가라』 인도는 당당하다.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아니다. 인도는 태평스럽다.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 마치 그물에 걸리는 바람처럼 허허롭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인도의 냄새에 취한다. 인도를 갔다오면 부처의 얼굴을 닮는다. 인도는 8할이 바람이다. 냄새다. 〈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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