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美적자 대책 세워야

  • 입력 1997년 7월 21일 19시 24분


올 들어서도 대미(對美)무역적자가 날로 커지고 있다. 6월말까지 대미 무역적자는 58억5천만달러로 작년 상반기의 51억2천만달러에 비해 11%가 늘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오는 9, 10월께 대일(對日)적자규모를 추월, 지난 67년 이후 30년만에 미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역조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무역적자는 주로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과의 무역역조 때문이었다. 개도국 수출로 애써 벌어들인 돈을 선진국시장에 몽땅 털어넣고도 모자라 큰 폭의 적자를 보여왔다. 작년만 해도 대일 및 대미무역적자는 각각 1백56억8천만달러와 1백16억3천만달러로 전체무역수지적자 2백6억2천만달러의 76%와 56%를 차지했다. 올해는 그 비중이 더 커질 전망이다. 만성적인 대일적자에 이어 대미무역수지마저 적자기조로 굳어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놔 둘 수는 없다. 자본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일본시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이자 가장 개방적인 시장인 미국과의 교역에서 만성적 적자를 보이고 그 폭이 갈수록 커져서는 우리의 무역수지 균형은 더욱 이루기 어렵게 된다. 대미적자의 현황과 원인을 면밀히 분석한 뒤 미국시장을 새로 개척한다는 자세로 대미수출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 대미적자의 원인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에 팔 물건이 마땅찮다. 지금과 같이 값은 비싸고 품질은 어중간한 상품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이때문에 섬유 완구 신발 등은 개도국에 밀리고 자동차 가전 석유화학 철강 등은 선진국 상품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원화의 일본 엔화에 대한 환율조정에 탄력성을 갖지 못했고 세계무역기구 출범을 계기로 수입관세를 조정하면서 미국에 너무 양보한 것도 대미적자의 큰 원인이다. 그러나 문제는 원인이 아니라 대응전략이다. 품질향상과 가격경쟁력 회복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개선과 첨단기술개발이라는 우리경제의 장기과제와 맞물려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단기대응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미국의 다양한 수요층을 겨냥한 품목 개발, 현지 직접투자 확대,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활용 등을 통해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매년 큰 폭의 무역적자국인 한국에 대한 부당한 통상압력도 그대로 감수할 수만은 없다. 얼마 전 통신협상을 마무리한 미국은 이제 자동차협상 조기개최 압력을 넣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요구에 마냥 끌려다니기보다는 정부차원의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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